한국일보

시론 - 코리아타운과 무형문화유산

2022-11-07 (월)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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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일)에는 맨하탄 유니온 스퀘어에서 뉴욕한인회(회장 찰스 윤) 주최로 ‘2022 코리안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코리안 페스티벌’은 1980년에 시작된 ‘코리안 퍼레이드’를 이은 페스티벌이다.
1960년에 뉴욕한인회가 발족되었지만,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이민을 들어온 것은 1965년에 미국 이민법이 개정되고 나서도 수년이 흐른 1970년대 초부터였다.

이렇듯 본격적인 한인 이민이 시작된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뉴욕 한인사회가 1980년에 맨하탄 중심부인 브로드웨이(Broadway)에서 퍼레이드를 개최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뉴욕의 아시안들 가운데 맨하탄에서 퍼레이드를 해온 민족은 한인이 유일하다.


맨하탄 1221~1225 Broadway 건물(현재 이곳에는 새로운 초고층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을 중심으로, 브로드웨이는 1970년대 동안 뉴욕 한인들이 가발업으로 한인들의 초창기 비즈니스 시대를 열었던 곳이다. 그 후 브로드웨이에는 가방, 모자, 커스텀 쥬얼리, 머리 관련 상품과 각종 장신구 등 뉴욕 한인들의 경제를 떠받쳐온 많은 한인 도매상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브로드웨이는 한인들이 플러싱과 맨하탄 32가 그리고 뉴저지 포트리와 팰리세이즈 팍 등지의 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비즈니스 근거지가 되었다.
뉴욕의 한인들은 이러한 한인들의 비즈니스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하여 1995년 32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 ‘Korea Way’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그러한 뉴욕 한인들의 이민 역사를 안고 있는 브로드웨이를 한인들이 행진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뉴욕의 ’코리안 퍼레이드‘는 한 마디로 뉴욕 한인사회의 경제적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사이다. 그리고 그런 대규모 행사를 한번 치루기도 힘들 텐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자못 크다.

그동안 맨하탄 32가가 새로운 코리아타운으로 발전하면서 코리안 퍼레이드와 32가의 마당축제를 연결시켜 더 풍성한 페스티벌로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몇 년간 퍼레이드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맨하탄 유니온 스퀘어에서 마당축제로 개최된 것이다. 퍼레이드가 빠진 코리안 페스티벌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축제내용은 더 알찼다.

특히 금년도 코리안 페스티벌에서는 채향순 세종전통예술단과 미동부국악협회가 합동으로 각종 한국의 전통춤을 보여주었다. 연, 태평무, 승무, 시나위춤, 푸너리춤, 동고, 탈춤, 엿가위춤, 한량무, 부채춤, 허튼춤, 검무, 진쇠춤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여러 춤들을 공연해서 참석한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한인들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이어진 뉴욕대학 KNESIS의 K-pop 공연과 대한태권도협회 뉴욕지부의 태권도 시범 등은 관람객들의 흥을 북돋웠다.
무엇보다도 이번 코리안 페스티벌이 그 규모와는 상관없이 40여 년 전통의 ‘코리안 퍼레이드’의 명맥을 유지하고 이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통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코리안 퍼레이드’와 ‘코리안 페스티벌’ 등은 재외동포들의 무형의 문화유산들이다. 이러한 재외동포들의 무형문화유산들은 재외동포들의 문화를 알리고 정체성을 보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와 정체성 보존은 코리아타운을 더욱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한인들의 경제력을 향상시킨다.

따라서 한인들의 무형문화유산들은 동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에 동포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이유이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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