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비 잘라 나무 2,000여 그루 보존...웨스트 시애틀 자원봉사 노인, 10여년간 동네 공원 보살펴

2022-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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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을 안방처럼 드나들며 숲속의 애물단지인 아이비(담장이덩굴)를 작심하고 제거해 10여년간 2,000여 그루의 거목을 살려낸 자원봉사자 노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애틀 시당국은 웨스트 시애틀 주민인 더그 애담스(68)가 집 근처 두와미시 헤드 그린벨트 공원에서 아이비를 발라낸 나무가 2020년 7월 현재 2,134 그루에 달한다고 밝혔다.

애담스는 2000년대 초 우연히 아이비 제거 자원봉사단에 낀 것이 계기가 돼 그 후 틈만 나면 개인적으로 공원에 찾아가 아이비를 잘라냈다.


그가 2007년 알래스카 항공에서 은퇴할 때 동료들에게서 받은 선물도 다름 아닌 로퍼(나뭇가지 절단용 큰 가위)였다.

애담스는 어느 날 작업을 마치고 숲에서 나오다가 불심검문을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흉기’를 들고 숲으로 들어간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었다. 그는 경관의 첫 질문이 ‘아이비 제거 허가를 받았느냐“는 것이었다며 그의 환경보호 무개념이 개탄스러웠다고 회고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애담스는 2010년 ‘그린 시애틀 파트너십’(당시엔 캐스케이드 토지보존 협회)에 등록하고 안전 및 생태학과 관련한 소정의 교육훈련을 거친 후 정식 삼림보호원이 됐다.

그 때 배정받은 두와미시 헤드 그린벨트 공원에서 지금까지 아이비와의 전투를 계속해오고 있다.

애담스는 아이비가 나무 둥치에서 가지까지 수십 피트를 감아 올라간다며 폭풍이 몰아칠 때는 이들이 돛처럼 바람을 받아 나뭇가지가 꺾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아이비 자체의 무게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기 쉽고 아이비 잎에 덮인 부분은 잘 썩으며 질병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애담스는 아이비 줄기가 비교적 연해 절단하기 어렵지 않지만 나무의 구멍이나 틈새에 낀 덩굴을 자르기가 힘들고 나무 주위에 가시 돋친 블랙베리가 자신의 키만큼 숲을 이루고 있을 때 이를 통과하기가 어렵다며 그런 경우는 나무 한 그루의 아이비를 제거하는데 2~3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시애틀 파트너십의 임시 매니저인 에릭 스터너는 현재 활동 중인 삼림보호원이 200여명에 달한다며 애담스가 배정받은 두와미시 그린벨트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애틀 공원들을 보다 견실하게 지켜주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이 너무나 고맙다고 시애틀타임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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