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세상이 바뀌었다

2022-10-2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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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코로나,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한꺼번에 유행하는 일명 ‘트리플데믹(Triple+Pandemic)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변종도 유행을 예고하는 가운데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달라진 세상,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팬데믹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했다. 화상회의에 원격수업, 온라인 샤핑까지 집콕 시대를 보내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각종 게임에 홈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운동을 하고 미술관 가상투어로 문화생활을 해왔다. 팬데믹이 약해졌어도 여전히 재택근무를 택하는 근로자가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그때마다 세상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란 사상초유의 경험을 한데다가 바꿔진 세상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과학문명이 발달했지만 21세기는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인류는 19세기 후반에야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되고 1932년부터 바이러스 실체를 밝히게 된다.

고대 아테네는 장티푸스, 발진티푸스로 인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졌고 로마제국은 천연두, 홍역으로 인해 인구 25%가 사망했다. 이후 로마는 멸망한다. 코로나19가 발달한 항공시대, 빈번한 무역교류 등으로 인해 순식간에 확산된 것처럼 로마가 유라시아를 잇는 교역의 중심이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전장에서 역병으로 사망했고 이후 지방 영주들이 군주로 부상하는 봉건시대가 열렸다. 14세기는 페스트 대유행기로 절정기(1346~1353)에는 세계인구 5억 명 중 유라시아 대륙에서만 최대 2억 명이 희생됐다. 수많은 소작농들이 역병으로 숨지면서 농노제가 와해되고 도시로 올라온 이들은 소상공업 노동자로 변신했다.

역병으로 인해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상업이 활기를 띄자 직장사회 문화가 조성되고 자본주의가 형태를 갖춘다. 자본주의 경제, 정치 시스템이 사회를 변화시키자 서유럽국가들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해외로 진출한다. 그런데, 신대륙 정복에 나선 유럽인들은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에게 역병을 전파한다.

1492년 컬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하면서 사병들에게서 묻어간 천연두를 비롯 독감, 페스트, 말라리아 등으로 15세기말 북아메리칸 인디언 95%가 사라진다. 남미의 아즈텍 제국, 잉카제국 등도 천연두 바이러스가 무너뜨렸다. 근대에도 마찬가지.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독감, 결핵, 말라리아, 홍역 등의 대유행이 수많은 사람은 물론 나라까지 흔들리게 했다.

미국의 루이지애나 지역은 프랑스령이었으나 나폴레옹의 병사 5만 명이 황열병으로 사망하자 나폴레옹은 식민지 팽창의 꿈을 버리고 1803년 1,500만 달러에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았다.

특히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1년 반 동안 세계 인구 5,000만명~1억명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2020년 지구촌을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인구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원숭이두창, 소아마비, 에볼라 등 여러 감염병에 노출되어 있고 팬데믹은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 그랬던 것처럼 바이러스 변이와 여러 바이러스 융합으로 인한 독한 변종에다가 화학 무기가 사용되면 감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2020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발표한 인류멸망 시나리오 10가지 중 1위는 합성 바이러스, 6위는 변종 바이러스였다. 미 정부는 최근, 앞으로 코로나19와 비슷하거나 더 나쁜 상황이 25년내 발생할 것이라며 팬데믹 안보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업무와 생활변화에 따라 통신, 화상, 증강현실 기술을 배워야 하고 언택트 경제에 능숙해져야 한다. 또 지역 및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평소 어떤 전염병이 창궐하더라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건강 및 체력 관리도 해야 한다. 어째 할 일이 더 많아진 것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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