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알료샤의 기억의 힘’

2022-10-17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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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모두 부모에게 버림받은 채 하인과 친척들의 손에 양육되었고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성장 환경은 셋 모두 동일하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무언가를 기억하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며 또 어떤 이들은 평생 동안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는 알료샤가 셋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온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석영중의 ‘인간만세’중에서)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문장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인 ’백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 의 의형제들’ 의 공통된 주제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아름다운 사람이 바로 ’알료샤‘라고 미리 공개한다.


저자가 서두에서 독자의 자유 상상력을 무시하고 자신 만만하게 공개한 주인공 알료샤는 어떤 인물인가. 알료샤가 두 형제와 비교해서 환경적으로 다른 점은 거의 없다. 다 똑같이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불우하게 성장했다.

알료샤가 두 형제와 비교해서 다른 점은 단 하나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 바보같이 보이던 알료샤는 희미하지만 투명한 모성애의 기억으로 인해 많은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이끄는 사랑의 구도자가 된다. 동일하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 가운데서 의미 있는 모성애를 기억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이 된다고 도스토예프스키는 굳게 믿었다.

우상숭배가 강한 지역인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물었다. 베드로가 앞으로 나오면서 대답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예수는 대답했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너에게 천국열쇠를 주리라“
베드로는 한 번도 이 대화를 잊은 적이 없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등지고 도망간 후 결렬되었던 예수님과의 관계가 신성한 기억의 되살림으로 다시 회복되었다.

베드로와 알료샤처럼 우리도 과거의 한 작은 신성한 기억을 되살려 냄으로 현재의 실패와 절망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미래를 구축(構築)할 수 있다. 잊지 말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한 사건을 신성하게 집단기억 한다면 그 집단은 위대한 공통체로 우뚝 설 것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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