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말이 말을 낳으니

2022-10-14 (금) 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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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인해서 대한민국이 매우 시끄럽다. 예전과 다름없이 양진영으로 나뉘어 말이 말을 낳으며 일을 키우는 모습이 갈수록 가관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조국의 모습은 씁쓸하다 못해 마음이 시리고 아리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를 정쟁으로 삼는 과정의 행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애꿎은 국민이 떠안는 것을 알면 정녕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태평양 건너까지 전해지는 이 피로감의 정체는 무엇인가? 말이 순기능을 하면서 선순환하지 못하고, 서로 말꼬리를 잡으면서 자기만의 논리로 우겨대는, 동문서답이 악순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계에서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 하니,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점점 외면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일상생활을 하는 사회분야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경제분야에서는 독식이 아닌 상생을 지향하고, 자기가 한 말에 대한 대가와 책임이 금전적으로 명확히 나타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단어 선택에서부터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일반인들의 말이 정치인의 그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중도적인 이유이다.


실례로 가까이 부동산업계의 현장을 살펴 보면, 첨예하게 이해가 충돌(Conflict of Interest)하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케이스 때마다 넘쳐난다. 흡사 말과 말이 창과 방패가 되어 부딪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만, 승자 패자 없이 궁극적으로 시장 참가자 모두가 윈윈하는 합의를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그 차원이 다르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고, 섣부른 판단으로 전체를 그르치기도 하고,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잘 진행되던 딜이 깨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한 번 뱉어진 말의 위력을 실감하다 보면, 급할수록 호흡을 가다듬게 되고 이미 결론이 눈에 보인다 하더라도 좋은 마무리를 위해서 또는 후일의 교훈을 위해서 다시 점검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말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직접적인 소통수단이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는 엎어진 물처럼 두고두고 자신 또는 상대에게 씻어내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뿌려진 말 한 톨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악연이라는 독과를 맺어 본인에게 역으로 배달되기도 하며, 무심히 던진 선한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데서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아울러 우리가 사는 오늘날은 고도화된 기술 덕분에 큰 혜택을 누리지만, 사생활이 보호받기 매우 어려운 시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물망처럼 깔려 있는 CCTV는 물론이고, 사각지역에서 가볍게 나누는 대화나 소소한 습관적인 행동도 부지불식간에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장비로 녹음되고 녹화되어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질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을 프라이버시 침해라 하여 법으로 막는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오히려 이러한 완전개방 시대의 도래를 능동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여,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있든 신중하고 책임있는 말과 행동으로 실수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했다.

<폴 김/재미부동산협회 상임이사·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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