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산남 김동길 선생님

2022-10-14 (금)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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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쯤 가고 계시는지요? 단풍이 물들어 보기는 좋지만, 있는 것 다 두고 떠나시니 쌀쌀해진 날씨에 춥지는 않으신지요? 시골 중학교 3학년 때였나, 신문을 보았는데, 시민논단에서 선생님께서 강연 하신다기에, 가고 싶은 마음에 서울쪽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지금 그 하늘위를 지나고 계시는지요?

학연이나 지연으로 연결되지도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으로도 선생님의 조사를 쓰기에는 합당치 못합니다만, 공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시절 나라와 백성을 위해 협박과 옥고를 치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실천을 올 곧게 말씀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도 위대하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기회가 없기에 감히 글로나마 적어 소지(燒紙)하여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고국에 있을 때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으로 이를 해결하기엔 자유민주주의의 방법보다는 보다 급진적인 이념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격한 마음에 감정이 조절되지 못했고,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그것이 윤리적으로도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안이 없는 개혁은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며 민생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었기에 대안을 찾아 고민할 때에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 자유민주주의였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목적으로 한다면 개혁의 도구도 자유민주주의적 이여야 한다는 깨달으며, 선생님의 말씀들이 현실적으로 가슴에 와닫게 되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교수로 종신을 계셨기를 원하셨겠지만, 교단에서 강제 추방당하며 강연자로, 저술가로, 방송인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여러 분야를 섭렵하셨지만, 선생님께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초지일관 주장하는 행동하는 철학자, 계몽가이면서 실천가로서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유신정권때나 노무현정권 때나 독재에 대한 질타요 좌경화에 대한 우려. 거의 모든 정권에 대하여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적당히 하셨으면 정치가로서 힘을 키울 수 있으셨겠지만, 그런 것은 선생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압니다.

혹자는 선생님을 향해 진보에서 보수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편을 가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선생님께 보수와 진보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게 뭡니까? 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변화의 큰 기둥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선생님의 주장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고, 왜 그러셨는지도 더 잘 알수 있습니다.

좋아 하시던 사도 바울처럼, 그래서 독신으로 사셨는가도 궁금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늘 개인의 욕심을 멀리하셨습니다. 생을 마무리하실 때에도 육신은 병원에 집은 학교에, 그렇게 다 나누고, 천사처럼 떠나셨습니다.

단풍이 다 지기 전에 보스턴 대학Campus에 가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청년시절 밟았던 교정. 만약 선생께서 귀국하지 아니하고 미국에서 생활하셨다면, 어떠한 말씀을 하셨겠습니까?


일찍이 도산선생께서 샌프란시스코에서 흥사단을 조직, 민족의 전도대업의 기초를 도모하셨지만, 현재 미주한인사회의 정신적 이념은 미약하고, 공동체로서의 방향성도 불분명합니다.

물질중심으로 삶의 철학이 개진되고 공동체라기 보다는 각개인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겠지요. 이게 뭡니까? 하며 우리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며 대안을 찾아보겠습니다.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떳떳하게 뵐 수 있도록 열심히 살다가 가겠습니다.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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