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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레드 딜리셔스’건재해...워싱턴주 No.2 사과품종ⵈ학교, 교도소 납품 및 수출 의존

2022-10-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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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모양에도 푸석푸석한 맛 대문에 소비자 외면 당해”

맛없는‘레드 딜리셔스’건재해...워싱턴주 No.2 사과품종ⵈ학교, 교도소 납품 및 수출 의존

시애틀의 한 마켓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 시애틀 한국일보

지난 1940년대 이후 워싱턴주 사과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레드 딜리셔스(Red Delicious)’가 멋진 모양에 어울리지 않는 푸석푸석한 맛 때문에 외면 받고 있지만 아직도 No. 2 품종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워싱턴주 과수협회에 따르면 레드 딜리셔스는 올해 워싱턴주에서 수확되는 사과품종 중 14%를 점유해 ‘하니크리스프’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위는 점유율 20%의 ‘갤라(Gala)’이다.

지난 1980년대까지도 워싱턴주 사과의 과반수(한때는 75%까지)를 점유했던 레드는 2017년 갤라, 하니크리스프, 그래니, 스미스, 후지, 코스믹 크리스프 등 맛 좋은 신품종에 밀려 점유율이 22%로 급감했다.


레드는 1870년대 아이오와 과수업자 제시 하이아트가 재배한 변종 사과묘목에 처음 열렸다. 빨강색과 노란색이 섞인 길쭉한 모양의 사과에 다섯 개의 돌기가 밑바닥에 돋아 있었다.

1923년 이들 사과나무 중 하나에서 다시 돌연변이 열매가 열렸는데 노란색이 빠진 순전한 진홍색 사과였다. 소비자들은 맛은 차치하고 처음 보는 이 아름다운 사과에 반했고 과수업자들은 경쟁적으로 그 사과가지를 접목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은 속여도 입맛을 속일 수는 없었다. 새빨간 껍질이 너무 두꺼워 씹기 힘들고 속살이 푸석푸석한데다 사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이 없는 레드가 경쟁력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많은 과수업자들이 레드 사과나무를 뽑아 버렸고 대부분의 수퍼마켓들도 레드를 더 이상 진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레드가 기댈 언덕은 여전히 많다. 멕시코, 캐나다,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30여 국가에 수출되는 워싱턴주 사과의 3분의1이 레드 딜리셔스이다.

국내 시장도 아직 탄탄하다. 시애틀교육구는 학생들 급식용으로 매주 4종류의 사과 6,000파운드를 매입하는 데 그 중에 레드가 끼어 있다. 워싱턴주 교정부도 교도소 수감자 급식용으로 매주 구입하는 4,600파운드의 사과 중에도 역시 레드가 포함돼 있다.

그 밖에 레드에 ‘인이 박힌’ 광팬들도 많다. 이들은 레드가 오래 저장되지만 않으면 바삭바삭하고 물기가 많고 타르트 함유량도 적당하다며 새로 나온 품종들은 어쩐지 사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과는 워싱턴주의 No.1 농산물이다. 연방 농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워싱턴주의 사과 생산량은 68억 파운드로 전국에서 생산된 사과의 3분의2를 차지했다. 워싱턴주 사과의 80%는 과일로, 나머지는 사이다와 주스 등 가공식품으로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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