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감사의 계절

2022-09-28 (수)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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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감사와 기도의 마음이 깊어진다. 맑은 하늘 바람 꽃 단풍 들어 떨어지는 나뭇 잎들 그리고 잘 익은 곡식을 거두는 너른 들판은 아름다움과 풍요와 무상함을 느끼게한다. 삶을 생각하게 하고 감사하게 한다.추석과 ThanksGiving Day는 이러한 계절을 상징하는 날일 것이다.

어렸을 때 추석은 매일 논밭에서 바쁘게 일하시던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례를 준비하시고 도시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마을은 한껏 축제 분위기가 된다. 잊혀져가는 오랜 기억들이지만 가슴깊은 곳의 그 느낌은 생생하다.가을은 힘든 삶에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느끼며 감사하는 계절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하늘과 조상님들에게 차를 올리며 감사하는 추석차례를 지내왔다.나를 있게 한 뿌리인 조상님께 감사하는 것은 사람의 당연한 일이다. 부처님께서도 은혜를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은 공경할 만 하다.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은 나와 수 천 리를 떨어져 있다 해도 그는 나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나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을 항상 칭찬하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것은 사람됨의 기본 덕목이다.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일을 할 수는 없다. 감사라는 말은 무엇인가? 아마 나를 있게 하는 것들이나 나의 삶에 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그러한 사람 다움의 자연스러움을 막거나 삐뚜러지게 하는 것은 아집-나 중심의 치우친 생각-이다.

아집은 모든 다툼과 부정적 현상을 형성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감사의 밝은 에너지가 우리 몸의 하나 하나의 세포들에 가득 찰 때 우리의 마음은 행복하고 몸은 더 건강할 것이다.

그 밝음은 퍼져나가 우리 사회는 평화로울 것이다.우리가 어떤 마음을 일으키면 그 마음의 파동은 먼저 나의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가득 채우고 주변의 가족에게 전달되고 세상으로 퍼져나갔다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서 결실을 맺는다고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몸과 말과 생각을 잘 다스리라고 한다.

그 하나 하나가 모여서 우리의 삶과 우리의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태국의 산중에서 수행하던 스님들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가 튀어오르면서 머리를 천정에 꽝 부딪힐 때에 오히려 웃는다고 한다. 웃으면 덜 아프기 때문이라 한다.비록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가 감사하는 것을 실천하면 우리의 삶은 더 밝아질 것이다.

하늘에 감사한다는 것은 나의 근본에 감사하는 것이다. 하늘은 물질과 물질 사이의 공간이 아니다. 하늘은 우주 만물이 생겨 나온 생명의 근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간과 공간 속의 우주를 초월한 근원이며 나의 근원이다.

불교에서는 나의 근원을 불성,주인공, 마음이라 한다.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하고 마음으로 돌아간다.그러므로 불자들은 자기의 한마음(개인의 근원이면서 전체의 근원)에 감사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은, 생각은 영화의 필름과 같아서, 삶에 감사할 현실을 가져온다고 한다.

생명의 축복으로 가득한 가을날에 우리의 삶과 삶의 근원에 감사하며, 사회의 온갖 탐욕과 다툼의 이야기들로 번잡한 마음을 비우고 ,감사와 풍요와 평화와 행복에 이르는 진실한 가르침들을 사유하며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깨끗하고 밝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 생각한다.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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