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여인 스페인 ‘기사’ 됐다...얼하데프, 지역 유대인의 스페인 시민권 취득운동에 앞장

2022-09-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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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지역에 뿌리를 내린 스페인 계열 유대인들의 스페인 시민권 취득을 위해 힘써온 도린 얼하데프(72) 여인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음 달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나이트(기사) 작위를 수여받는다.

스페인 계열의 유대인 명문가 출신으로 부동산 중개인인 얼하데프는 조상의 뿌리인 스페인과 연결고리를 되찾고 싶었고 지금도 스페인이 고향으로 느껴져 2016년 스페인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사벨라 여왕과 남편 페르디난드가 가혹한 인종심사를 통해 유대인 수만명을 추방한지 500여년이 경과한 2015년, 이들의 후손에게 스페인 국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이웃 포르투갈 정부도 같은 해 포르투갈 계열 유대인의 국적회복을 허용하도록 관련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통해 지난 6월말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스페인계 유대인 4만2,600여명이 스페인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들 중엔 미국 내 유대인 1,500여명도 포함됐다. 시애틀 지역엔 현재 5,000여명의 스페인계 유대인이 거주하며 미 전국에서 3번째로 큰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권 신청절차가 모두에게 순탄한 것은 아니다. 전체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아직 허가여부 결정을 통보받지 못하고 있고 퇴짜 맞은 신청자도 2,500여명에 이른다.

시애틀지역 스페인계 유대인 주요단체의 공동 창설자이고 2018년 스페인 내 유대인 도시들을 위한 미국대사로 임명되기도 한 얼하데프는 스페인 의회가 2015년 관련법을 심의할 때 마드리드를 방문, 이 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그녀는 법이 통과되자 곧바로 시민권을 신청했다.

얼하데프는 지역 내 스페인계 유대인들에 관련법을 홍보하고 시민권 신청절차도 안내했다. 당시 시애틀과 미 전국은 물론 홍콩과 그리스 등 외국에서까지 100여 통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자신이 출석하는 유대 회당에서 시민권 신청자의 신원을 증명해주는 작업도 벌였다.

얼하데프는 다음 달 벨뷰의 메이든바워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루이스 페르난도 주 워싱턴-오리건 스페인 명예영사로부터 이사벨라 여왕 명의로 된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다. 페르난도 명예영사는 그녀의 작위수여를 스페인정부에 천거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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