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에서 한글 글쓰기와 디아스포라

2022-09-01 (목) 윤관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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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나는 미국인들과 오랫동안 일을 해 왔으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이민 1세대라 그런지 나의 의식을 표현하는 데는 한글이 영어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기가 영어보다 훨씬 쉽다.

영어는 발음하는 대로 표기 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래서 영어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학교 가기 전인 유아시절에 한국에서 미국에 왔지만 한인교회에서 한글을 배워 한글을 잘 쓸 줄 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집에서는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한국어로만 소통하게 하였더니 한국말도 잘 하는 편이다. 많은 한인 교회에서 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곳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주관으로 20여년 동안 뉴욕과 뉴저지 고교에서 해마다 한글로 백일장 행사도 하고 우수 학생에게 격려금도 주고 있다. 이곳 한인들은 한국어로 말할 때나 한글로 글쓰기를 할 때 가급적 영어 단어를 쓰지 않고 우리 말과 한글을 쓰고 있다.

자기가 태어나서 성장하며 교육 받고 생활하던 곳을 떠나 이민 생활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이민 1세들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해 한국에서 일했던 것 보다 사회적으로 수준이 낮은 직업에 종사함으로 인한 불만족을 갖는다. 자녀들은 부모가 생업에만 몰두하고 잘 돌봐주지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것 같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갖는 문화적 이질감에 놀라면서도 포용하며 다독여야 한다. 한글로 글짓기를 하는 분들은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도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고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는 마음을 순수하게 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 들이며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고 있다.

우리 말과 한글이 있기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으나 소리 나는 대로 쓰기 쉬운 표음문자인 한글이 있기에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수많은 상형문자로 표기하는 표의문자인 한문을 쓴다면 자유롭게 글을 쓰기가 어렵다고 본다. 한글은 한인사회에서 소통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문학적인 글을 쓰는데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해마다 한글문학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으로부터 이민자가 대폭 감소하였기에 2세, 3세들에게 한글을 배우도록 교육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영어로도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한글문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윤관호 <시인>

<윤관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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