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명이인 이준석

2022-08-3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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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8년전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가장 먼저 빠져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선장 이준석이었다. 무릇 선장은 단 한 명의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어떤 위기상황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면서 상황을 지휘해야 한다.

그런데 이준석은 그와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 그는 승선한 어린 학생들을 그대로 놔두고 누구보다 제일 먼저 안전한 육지에 내려있었다.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버려둔 선장을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검찰은 비열한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또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선원들에게도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이준석 선장은 우연찮게도 지금 세간을 시끄럽게 하는 젊은 정치인 이준석과 비슷하게 20대부터 뱃사람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당시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사실 휴가를 낸 원래 세월호 선장을 대신 운행했다가 참사를 일으켰다.


그의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지금의 한국정치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정치인 이준석과 동명이인이고, 행보가 왠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자격이 정지된 이준석이 얼마전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당내 상황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준석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은 자신의 당대표 자격이 정지된 후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무력화된 국민의힘 당의 모습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대표가 된 이준석도 복잡다단한 보수당을 대신해 운행하다가 세월호 이준석 선장처럼 참사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어쩌면 당대표가 짊어져야 할 막중한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모면하려는 고도의 전술은 아닐까.

지금 한국은 경제 대공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준석은 혹 윤석열 대통령과 선을 그어 국내외 산적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윤 대통령과 그의 윤핵관들에게 던지려는 것은 아닌지...

그는 예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후 바른미래당에 들어가 손학규 당 대표와 인연을 맺었었다. 그런데 손학규는 2018년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1년 5개월 만에 자진사퇴하게 되었다. 그때 이준석은 당 최고위원이었고, 그는 많은 착오로 당에 피해를 입힌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같은 당 소속 안철수 전 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준석에 대해 ‘당직 직위 해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준석은 곧 바로 반격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의 당비를 본인이 아닌 타인이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바른미래당은 산산조각이 났고, 이준석은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것 같다. 그는 “당 대표가 권한이 많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 몇년후 국민의힘 당수로 돌아왔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저지른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위는 사형이라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도록 무리하게 노후 선박을 운행하고 위험하고 불합리한 과적운행이 당연시되는 여객선 업계의 오랜 구조적 병폐가 세월호 사태를 만든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인 이준석이 아무리 문제가 많고 보수를 지지하는 많은 유권자들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도, 이런 사태의 근본적 요인은 구태정치인들이 행한 원인 제공에 있는 것이 아닐까?

여하튼 이제 이준석은 선을 넘었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러나 당 지도체제의 비상구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쿼바디스 도미네(Qva vadise domine)’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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