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고 살기위해 학업 포기...인플레이션에 시애틀 주민 삶 큰 타격 받아

2022-08-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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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비 보태려 부업 2~3개…물가 10.1% 상승

먹고 살기위해 학업 포기...인플레이션에 시애틀 주민 삶 큰 타격 받아

로이터

미국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닥치며 시애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학업포기를 고민하고,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부업전선에 나서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시애틀 지역 물가는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10. 1%나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품목 가운데 개스값이 48.4%로 가장 큰 폭으로 올랐으며 교통비는 22.3%, 유제품 21.3%, 가구 및 가전제품 19.3%, 과일 및 야채 14.7%, 고기, 생선, 계란은 13.7% 올랐다.


주택은 9.4% 상승했으며 중고차나 트럭은 6.6%, 의료비 5.8%, 술이나 음료수는 4.1% 인상되는 등 식료품부터 자동차 수리비용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모두 올랐다. 다만 의복비는 2.1% 내렸다.

큰 폭의 물가인상은 시애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웠던 이들은 물론 팬데믹 초기 입은 타격을 극복하지 못한 주민들의 타격이 크다. 특히 레스토랑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재료값과 고객 사이에 끼어 스트레스가 크다.

시애틀 인터베이 익스피디어 캠퍼스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던 시드 순타는 최근 음식값이 비싸다는 고객의 불평에 가격을 17달러에서 2달러 인하했다.

하지만 이마저 비싸다는 불평을 듣고 인스타그램에 “요리사도 이 도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항의 글과 함께“더이상 익스피디어에 푸드코트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두 딸의 아빠이기도 한 순타는 “비용절감을 위해 노스 시애틀 근처 발라드에 있는 집에서 부터 카트를 직접 끌고 다녔다”며 “올 3월 사업 시작 이후 식용유 가격이 45% 오르는 등 식료품 재료값이 3배 이상 올랐지만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 버텨왔다”고 항변했다.

인플레이션의 핵심인 임대료 상승은 세입자들을 옥죄고 있다.


아파트먼트 리스트에 따르면 킹 카운티 방1개짜리 아파트 임대료 중간가격은 현재 1,700달러로 올해 초보다는 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는 13%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몇 년 전만해도 시급 17달러를 받던 평범한 월마트 직원이었던 다이안 코트는 암진단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다. 최근 그는 턱윌라에 있는 방 2개짜리 아파트 월세를 밀렸다. 올들어 집주인은 1,220달러였던 집세를 80달러 인상한 뒤다. 소셜 시큐리티 페이먼트와 푸드 지원금에 의지하고 있는 그는 이미 월 임대료가 수입을 초과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치솟는 물가에 당장 먹고 살기위해 학업포기를 고민하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가를 꿈꾸며 사우스 시애틀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예나 가다드는 학교 중퇴를 고민중이다. 캠퍼스에서 일하며 수입의 절반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는 가다드는 이미 은행계좌의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며 재정에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자동차 수리비용 견적이 600달러가 나온 이후엔 수리비 낼 여윳돈이 없어 비콘힐에 있는 집부터 학교까지 주 3회 버스를 타고 다닌다. 여유가 생겨도 기름값이 너무 비싸 버스를 탈 계획이라는 그는“이제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꿈을 포기하고 당장 살아남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엔트리 레벨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빠듯한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은 투잡, 쓰리잡을 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커클랜드로 이주한 애슐리 존슨은 한 캔 당 1.99달러였던 치킨 누들 스프가 4달러가 된 이후 구매를 아예 포기했다. 곧 10살이 되는 아들의 생일파티는 간단하게 집에서 하기로 했다. 현재 2,200달러인 집세가 재계약시 100달러~300달러 인상될 예정이라 부담이 크다.

존슨은 “카풀은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지만 식료품은 필수”라며 생계유지를 위해 애완동물을 돌보고, 그로서리 배달을 하며, 집안을 정리해주는 부업을 시작했다.

최근엔 시애틀에 있는 웨어하우스 일도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는“월급날마다 인플레이션을 체감한다”며 “차에 기름을 넣고,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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