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그곳에 가면 영감이 솟는다

2022-07-1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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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피츠버그에 있는 지하 연구실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연구하던 중에 조나스 솔크(Jonas Edward Salk)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좌절감에 빠져 사기가 저하된 솔크는 안식년을 갖기로 하고 이탈리아중부의 아시시(Assisi)라는 작은 마을에서 지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곳의 햇빛과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정신적 기운에 영감을 받아 문제의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솔크는 서둘러 연구실로 돌아와 백신을 만들었고 그 백신은 그 뒤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에스터 스텐버그의 ‘Healing Spaces’ 중에서)

아시시는 성 프란체스코의 고향이다. 신비로운 이야기가 깃든 성 프란체스코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인파로 아시시는 일 년 내내 붐빈다. 프란체스코의 아버지 피에트로는 부자였다. 포목상을 경영하면서 많은 부를 축적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기를 원했고, 아들이 능력 있는 사업가처럼 보이기 위해 사치스럽게 치장하도록 부추겼다.

방탕한 길로 치닫던 프란체스코가 극적으로 회심하고 하나님의 종으로 돌연 돌아 선 것은 25살 때(1206년)다. 아시시 변두리에 다미아노라는 쇠락한 작은 교회당이 있었다. 어느 봄날, 길을 가다가 프란체스코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작은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 십자가 앞에 엎드려 기도했다. “예수님, 당신이 나를 위해 겪으신 그 고난에 참여하게 해주시옵소서.”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나의 교회를 건축하라.”


그 이후 프란체스코는 변화되었다. 주님만 바라보고 단순, 복종, 청빈, 순결의 삶을 살았다. 그는 성자가 되었다. 아시시에는 프란체스코의 무덤이 있다. 생가와 기념 교회도 있다. 그와 관련된 자료들과 그가 살았던 신비한 삶의 스토리로 아시시는 가득 차 있다.

조너스 솔크 얘기로 돌아가자. 소아마비 백신을 발명하여 무료로 전 세계에 보급한 솔크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가 살았던 샌디에고 시는 그에게 연구소를 지으라고 땅을 기증했다.

오래 전 아시시를 찾았을 때 ‘유레카(Eureka)’의 영감을 얻었던 것과 같은 분위기의 공간을 솔크는 그 땅위에 건축하고 싶었다. 솔크는 건축가 루이스 칸의 자문을 받아 20세기에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솔크연구소‘를 건축했다.

솔크는 1995년에 죽었지만 아시시처럼 솔크 연구소는 수많이 인파가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많은 방문자들이 말한다. “그곳에 가면 영감이 솟는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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