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화군 파견 등 진전 더뎌…하마스, 수십명 숙청·반입 물품에 과세
▶ “미, 가자 녹색·적색구역으로 나눠 일부만 재건 착수 추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른 가자지구 휴전 이행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현지에서 장악력을 되찾으려 하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하마스는 자신들의 지역으로 들어오는 물자에 대한 철저한 감시에 나섰다.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반입 물품을 확인하고, 트럭을 멈춰 세워 운전사에게 질문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료·담배 등 민간이 들여오는 일부 수입품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과도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판단되는 상인들에게는 벌금을 매긴다고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했다.
한 수입업자는 하마스가 과세 정책을 완전히 복원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보고 기록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휴전 이행과 전후 계획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관계국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이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 구상에 따라 인질·수감자를 교환하며 휴전 첫 단추를 끼웠지만, 휴전 유지를 위한 국제안정화군(ISF) 파견과 과도 정부 구성 등을 위한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장악력을 확대하며 관련 협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 선임연구원 가이스 알 오마리는 하마스의 행동은 가자 주민들과 외국 세력들에 자신들을 우회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평화 구상을 조속히 이행하지 않으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더욱 단단히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활동가인 무스타파 이브라힘은 평화 구상 지연을 이용해 하마스가 자신들의 통치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마스 측은 자신들이 연료·담배 등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이야기는 부정확한 것이라며 징수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달 휴전이 시작된 후 이스라엘이 철수한 지역에 다시 들어가 영향력 복원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협력했거나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을 살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16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살상 행위를 계속한다면 미국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가자지구를 '녹색 구역'(green zone)과 '적색구역'(red zone)으로 나눠서 재건 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전했다.
가디언이 확인한 미군의 계획 문건과 소식통들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가자지구 동부를 녹색 구역으로 정하고, 이곳에 대한 재건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휴전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과 이스라엘군도 이곳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자 주민 대부분이 피란해 살고 있는 가자지구 서쪽은 적색구역으로 설정, 폐허가 된 땅을 일단 그대로 둔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는 "가자지구 전체를 한 번에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건 희망일뿐"이라며 지역 분리를 통한 점진적 재건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ISF의 실행 가능한 계획, 대규모 재건 계획 없이 가자지구는 림보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