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재해석되어야 할 수정헌법 제2조

2022-06-16 (목) 임일청/크리스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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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인이 소유한 총기는 대략 4억 정으로, 2020년 기준 미국 인구 3억 3,0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불법 총기 반대 사장단 ( Mayors Against Illegal Guns )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일 평균 110명이 총기 사고로 세상을 등진다고 한다. 어쩌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생명을 걸고 이주한 신세계가 이처럼 살육의 대지로 변모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적군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으며, 총탄이 언제 어디서 나를 향해 날아올지 모르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광란의 참극을 바라보며 앉아서 푸념만 하고 있을 것인가?

다행히 캐시 호쿨 뉴욕주지사는 2022년 6월 6일, 역대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총기규제 패키지 법안에 발빠르게 서명했다. 이로써 뉴욕주에서는 앞으로 21세 미만에게 반자동 소총 판매가 금지되며 일반인들의 방탄복 구매가 금지됐다. 또한, 대용량 탄창 판매가 불가능해졌으며, 발사된 탄환을 통해 총기 소유주를 식별할 수 있는‘마이크로 스탬핑’도 의무화됐다.


지금으로부터 231년 전인 1791년 제정되어 연방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의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수정헌법 제2조 >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연방정부의 행정력이 지금과는 달랐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당시 민간인의 총기 소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권리였을지도 모른다.

수정헌법 제2조는 미국이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건국 초창기인 1791년, 13개 주의 대표자들이 한데 모여 연방의 상비군이 각 독립된 주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만든 조항으로서 여기에서 말하는 국민의 무기 소지 및 휴대권리는 각 주( State )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민병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고, 워렌버거 대법원장이 재임하던 1969년부터 1986년까지 연방과 주 단위의 판사 그 어느 누구도 수정헌법 제2조의 이러한 해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 총기협회 (NRA)는 연방이 수정헌법 제2조가 보장하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으며 수정헌법 제2조는 민병대를 조직할 권리와 상관없이 개인의 총기소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2008년, 무장경비대 소속 딕 헬러는 ‘권총의 소유를 금지하고 개인 집에서 소총과 엽총을 보관할 때는 총알을 장전하지 않거나 안전장치를 걸어두어야 한다’는 워싱턴 D.C.의 총기규제 법안이 수정헌법 제2조가 보장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콜럼비아 자치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올라간 해당 재판에서 대법원은 5대4로 민병대와 상관없이 개인이 총을 소유할 권리를 인정하는 천추의 한이 될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총기협회의 로비에 법원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그 이후 크고 작은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고, 총기규제 법안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최선의 방법일까? 법이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최소한의 상식이 통용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총기규제를 계속해서 시행해 나가는 한편, 시대착오적인 수정헌법 제2조를 영원히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헌법을 고치려면 38개 주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서는 동의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수정헌법 제2조의 폐기를 계속해서 추진하되 무장경비대 소속 딕 헬러가 했던 방법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수정헌법 제2조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힘들지 모르지만, 총기 소지와 휴대를 반대하는 단체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에 필요한 소송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법관들이 해석했던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송전을 계속하다 보면 시대에 맞지 않는 수정헌법 제2조는 언젠가 폐기되거나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유권해석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바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임일청/크리스천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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