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김지하의 소천을 아쉬워하며

2022-06-09 (목)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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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시인 김지하가 우리의 곁을 떠난지 한달이 되었다.

분단과 혼돈, 기아와 절망감, 개발독재와 박탈감, 답답함 속에서 김지하는 하늘을 보려고 안간힘을 섰다. 그가 뱉어내는 신음은 절망감으로 괴로워하던 이들에게 동질감과 희망을 주었으나, 그로인하여 그는 구속과 고문, 끝없는 협박, 끝내 정신병으로 생사를 넘나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강했다. 잡초의 생명력처럼 생명의 본질을 이야기하며 다시 살아 한민족의 하늘을 다시 찾아 나섰다. 그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사람이었다.


생명을 추구하는 실존적인 가치를 주변사람들을 이용하려고 했다. 그를 투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심산이 컸다. 1991년 민주화 투쟁시 청년들의 분신자살에 대하여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했을때, 그를 변절자라고 했다.

2012년 자신을 탄압했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선 후보자를 지지했을 때, 배신자라고 했다.
자신들의 이익에 김지하를 결부하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김지하는 생명의 관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나라를 걱정하는 관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한편 그는 여전히 보수계들의 반인간적인 면을 계속 질타하였기에 보수계로 부터도 환영을 받지 못한 외톨이였다. 그는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니며,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말하던 시인이었다.

지난달 그의 부고를 받은 다음날, 그의 지인을 뵙고, 한잔의 술로 아쉬움을 달랬다. 지인께선 그의 성품을 4자성어로 풀어나갔다. 생이지지, 박학다식, 박람강기, 다재다능, 두주불사,그리고 율려운동.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암담했고 처참했다. 삶에 허덕이는 민초, 민중들을 위하여 한몸을 처절히 던져 분골 쇄신했다.
김지하는 죽어도 열두번 더 죽었더랬다. 시인 신동엽이 말하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느냐?

신동엽의 하늘엔 하늬가 있었다면, 내가 말하는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느냐? 거기엔 김지하가 있었다.
지인의 말처럼, 그는 생이지지의 탁월한 재능과 예지가 있었다. 그러한 바탕위에 끊임없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본질을 찾아 헤메던 노력이 있었다.

가야금과 대금으로 판소리와 풍물, 탈춤으로, 그는 대중의 살아있는 숨결을 말하고, 율여를 찾아 마고신시의 중앙아시아를 탐색하며, 천부경의 사람이 하늘인 것을 동학에서 되새김질 되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세계화 시대에 서양철학을 생명의 철학으로 연결한 질 들뢰즈 등과 김지하의 전통미학적 생각을 연결시켜, 혼돈한 사회와 지구의 현실을 변혁하고 진정한 창조적 평화를 가져오는 차원의 통합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병든 삶을 치유하는 성스러운 생명으로서의 율려. 그는 말하고 있었다. 생명을 사랑하던 큰 사람은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가 가고, 또 그러한 큰 분의 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면 우리가 현실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현안에 묶여 하루하루를 그저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에 그런 분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현신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는 모습을 바라보며 김지하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감각이 오는 곳은, 그래서 찬란한 미래를 창조하는 씨앗은 듈이 있는데, 하나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 내면의 우주적 질서와 무의식, 창조의 아이디어와 숨겨진 질서들, 정신적 항체들의 캡슐내부로 부터 발화하는 빛,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대로의 탐색여행을 통해 드러나는 과거의 유산들에 대한 날카로운 새 시대의 감각의 새 해석을 통해서 재창조되는 고대로의 빛, 참다운 상상력과 미적교육에 의해서 삶과 세계와 지구는 변혁된다는 것을.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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