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고난 중에 뒤돌아보지 말라’

2022-05-2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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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를 보면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았다. 롯의 아내는 천사들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진노하심과 불과 유황으로 사라져가는 환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뒤돌아보았다. 그 즉시 그녀는 소금 기둥으로 변한 채로 죽었다. 노아는 그의 시대에 가장 의로운 사람이었지만 포도주를 만들어 취하게 된 일로 삶을 마쳤다. 의로운 사람 노아가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영성이 퇴보했다는 것은 안타깝다.
과거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미래를 바라봐야지 뒤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조너선 색스의 ‘Studies In Spirituality’ 중에서)

고난의 원인이나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고난당하는 현실을 놓고 하나님의 실존을 부정하는 구실로 삼을 때 그 순간부터 뒤를 돌아보게 되고 ‘순환논리의 오류’에 빠진다.

의로운 사람 노아가 술에 취해 의식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그가 믿음으로 해결하지 못한 인생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난에는 복합적 이유가 내재해있다. 미지한 인간은 겸손하게 고난 안에 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아브라함 일가가 살았던 바빌론 땅 갈대아 우르는 수메르 문명의 중심지였다. 당시 최고의 도시가 즐비했고 첨단 농업기술, 인쇄술, 천문학, 수학, 예술이 발달했고 온갖 우상숭배를 자랑하는 지경이었다.

어느 날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 갈대아 우르를 떠나라고 말씀했다. 아브라함의 가족은 그곳을 떠나 하란에 머물렀고 하란에서 또 한 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나안으로 떠났다.

긴 세월이 흘러 아브라함의 나이가 늙어 137살 쯤 되었다. 그쯤해서 사라는 숨을 거두었다. 이삭은 아직 미혼이고 후손도 땅도 없었다. 아브라함은 허탈했다.
이번에는 하나님이 찾아오시지도 않았다. 아브라함은 기도할 의욕조차 잃었다.

그 무렵에 아브라함의 심령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찾아와서 하신 말씀이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되리라.“ 이 기억을 미래기억(memory of future)이라고 한다.
미래에 일어 날 것을 생생하게 기억했으므로 아브라함은 뒤돌아 볼 필요가 없었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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