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선진국이라면

2022-05-10 (화) 김관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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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국에 와서 신선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 중의 하나가 패스트푸드점에서였다. 중증의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 충격이었다. ‘여기서는 장애인들도 저렇게 자유롭게 식당을 드나들며 음식을 사 먹을 수가 있구나!’ 내 눈길은 틈틈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장애인 한 사람에 도우미 한 사람씩 붙어 앉아 음식을 먹여주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한국에서 장애인연합회 대표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지하철에서 데모를 벌인 뉴스가 이어졌다.

해당 단체들 대표와 장애인협회 대표가 간담회를 여는가 싶더니 급기야 어느 당의 국회의원과 티브이에서 토론을 벌이는 장면도 방영되었다. 정부의 대표들은 시민을 담보로 전철에서 데모를 벌인 문제를 이슈로 내세웠지만 정작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아직도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이 데모를 하게 만드는 나라가 선진국임을 자랑할 수 있을까?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김관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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