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매화꽃은 그렇게 떨어졌을 것이다

2022-05-09 (월) 곽상희/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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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별세한 양정숙 전 미동부한인문인협회 회장을 기리며-

선(線) 하나를 잘 못 긋자
그림의 여백의 모서리가 지워졌다
토씨 하나 잘 못 달자
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매화꽃은 그렇게 떨어졌을 것이다
바람도 없는 밤
바람 보다 더 일찍 나온 매화꽃은
그렇게 바람에게 그리움 표
가슴에 달고 스스로
흩날리며 어둠 속으로 고요히
내려왔을 것이다
천하의 분분한 꽃들의 전송에 밀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속으로 웃으며
눈물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고요히 떨어졌을 것이다
천하의 새 봄을 위해
그렇게 속으로 고요히
피눈물 울었을 것이다

5월 어느 가장 빛나는 날
너는 고독의 문을 열고
왜 사랑해야하는지 사랑을 위해
왜 울어야하는지
그렇게 빛나서 떠났을 것이다

<곽상희/올림포에트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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