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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수 논란, 머스크가 놓친 것

2022-04-21 (목) 정혜진 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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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의 ‘사이버 로데오’ 행사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타나 테슬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소개하며 ‘대규모 확장(Massive scaleup)’을 강조했다. 테슬라의 텍사스 기가 팩토리 준공과 함께 본격적인 텍사스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행사 예고 사진으로 개인 트위터를 도배하는 와중에도 머스크는 ‘트위터는 죽어가고 있다’는 트윗을 올리거나 ‘트위터 본사를 홈리스 쉼터로 쓰면 어떨까’ 등 도발적인 안건을 투표에 부쳤다. 8,200만여 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무기 삼아 트위터에 훈수를 두던 그는 14일 급기야 43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며 ‘최종 제안’을 했다. 4일 트위터 지분의 9.2% 매입 사실을 공개한 지 열흘 만에 회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13G)’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평소 머스크의 드라마틱한 행보가 또다시 나타난 부분이다.

머스크가 줄곧 트위터 인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자신이 경영에 개입해야한다는 논리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트윗의 좋아요 수와 투표 응답 비율 등을 활용한다. 지난달 25일 머스크가 진행한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 원칙에 충실한가’ 투표에는 203만여 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참여했고 ‘아니다’라는 응답이 70.4%로 나타났다. 이는 곧바로 여론으로 둔갑했다. 과연 투표에 참여한 203만여 명의 의견이 매일 정기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는 2억여 명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가. 설령 이 투표에 대표성이 있고 그 결론 역시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트위터 내 표현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머스크 본인이어야 한다는 결론은 또 다른 논리적 무리수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표현의 자유’ 역시 굉장히 모호하다. 표현상 어떤 검열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폭력·혐오·선동발언 등에 대한 원칙도 없다. 머스크는 당신이 운영하는 트위터 내에서는 어떤 콘텐츠든 제한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떤 포럼이든 그 공론장이 있는 국가법의 제약을 받을 것이고 트위터도 이를 따라야할 것”이라고 언급한 정도다. 그가 원하는 방향성은 ‘반(反)트위터’에 머물러 있을 뿐 정작 트위터 직원들이 가장 궁금해 할 구체적인 새로운 트위터의 모습은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개조해야할 존재로 묘사하고 기존 경영진을 매도하는 프레임 속에서 소외감을 맛보고 있는 것은 7,500여 명의 트위터 직원들이다. 트위터 플랫폼의 방향성과 미션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할 직원들은 논의 대상에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의 경우 조직 문화 자체가 곧 플랫폼의 문화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대규모의 인수합병 후에도 조직 문화가 잘 지켜지는 드문 예가 떠올랐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뒤 7년차를 맡은 커리어 기반 SNS 링크드인이다. 인수 당시 링크드인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링크드인이 당시 규모에 비해서 스타트업 때의 조직 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었기에 MS가 인수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며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회사는 인수 후에도 독립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MS가 대부분 지켜줬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는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핵심 역할을 했다. 호프먼은 2017년 이후 MS 이사회에 합류한 뒤 지금까지도 링크드인의 방향성을 MS와 일치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초기 멤버로 일했던 호프먼은 머스크를 두고 “대부분이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서도 트위터 활동을 두고는 “침묵이 필요할 때 이를 다루는 법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머스크로서는 트윗 대신 지금이라도 옛 페이팔 동료에게 조언을 구해야할 때다. 인수 방식이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트위터에 헌신할 직원들이다.

<정혜진 서울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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