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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문학이다

2024-11-08 (금)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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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 최초로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래 두 번째이다. 특히 노벨문학상에 아시아 국가 출신의 여성 작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가와바다 야스나리, 오엔 겐자보로, 중국은 모옌, 가오싱젠(프랑스 망명) 각각 두 명씩 수상자가 나왔는데 우리도 어느 정도 면목이 서게 되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수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14년 출간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학생 희생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노벨위원회는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해, 잔혹한 현실화로 사건을 마주한다.’며 이 책을 높이 평가했다.


2016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정신병원까지 간다. 2013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상 ‘작별하지 않는다’는 경하, 친구 인선, 인선 어머니 세 여성의 시선으로 제주도 4.3사건을 다루었다.

노벨상 수상 발표 일주일 후, 광화문 교보문고로 한강의 책을 사러 갔다. 가장 좋은 자리의 별도 매대에 ‘2024 노벨문학상 한강’ 축하 플랜카드 아래 산더미처럼 책이 쌓여있었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장편 ‘희랍어 시간’, ‘채식주의자’ ,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검은 사슴’ 등등 과거의 작품과 최근 나온 작품까지 모조리 불려나와 새로 인쇄되어 팔리고 있었다. 남자직원들이 캐리어에 책을 가득 담아와 쉴새없이 매대에 진열하고 있고 그 주위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전에는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님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라고 쓰인 아래 벽에 독자들의 노란 포스트잇이 수백 장 정신없이 붙어있더니 몇 시간 후에는 한강 책 홍보엽서 뒷면에 메세지를 써서 커다란 유리박스 안에 넣게 되어있었다.

노벨상 소식발표 5일만에 한강의 책들은 판매량 100만부가 넘었고 해외 아마존 문학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해외서점가에서도 한강 작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원서로 읽고싶다’며 한글 공부에도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도 있다.

노벨문학상 소식에 그룹 채팅방이 축하 메시지로 뜨거웠다. 한 60대 소설가는 “황석영 선생이 탈 줄 알았는데 한강에게 돌아갔네요.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세대가 오는 기분입니다. 한국문학의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황석영은 “놀랐다, 아주 기쁘다, 나도 몇 발짝 더 내디뎌 좀 더 좋은 작품을 쓰다 가겠다는 각오가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또한 10일에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가 쓴 장편소설 ‘이 땅의 야수들’이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 문학상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 책은 원래 영어로 씌어져 2021년 발표되었는데 작년에 한글 번역본이 출간됐다. 일제강점기 호랑이 사냥꾼과 그 아들, 독립운동을 돕는 기생 등이 주인공인데 작년에 이 책을 읽고 나이도 어린 작가가 그 시대 한국 역사를 어떻게 이리 잘 알고 잘 썼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이날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팻말 아래 단 두 권이 매대에 있더니 다음날 다시 가보니 30여 권이 있었다, 한강 책과 함께 다른 작가들의 책 판매량도 크게 늘고있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한국 작가의 시와 소설이 해외에서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2022년 정보라 2023년 천명관 2024년 황석영의 작품이 연달아 올랐다. 한국문학이 3년 연속 최종후보에 오른 것을 주목하자.

한강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소설은 계속 상을 탈 것이고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룰 것이다.

작가들은 한국문학만의 색채와 정서를 찾아서 전세계에 한국소설의 붐이 일게 할 기회가 왔다. 한국문학 번역소개 사업을 확대하고 한국문학 독자들을 확보하고 키워야 한다. 전세계를 누비는 K드라마, K영화, K팝에 이어 이제는 K문학이다.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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