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아, 우크라이나’

2022-04-14 (목)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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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입구를 보는 것 같다. 형체만 남은 차량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도로 위에는 민간인들의 시신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시신들 사이를 주인 잃고 굶주린 개들이 배회하고 있다. 포격을 받은 아파트 건물은 몇 개 층이 통째로 날아가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렸고 그 틈으로 뒷편이 휑 하니 바라다 보인다.

무너져 내린 건물더미 틈에서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부상자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으나 빗발치는 총탄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구조할 수가 없다. 아름답던 도시 ’마리우플’과 ‘부차’는 잿더미로 변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전쟁의 참상이다.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은 일주일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친러시아 정부를 세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이러한 목표는 우크라이나 군의 필사적인 저항에 부딪혀 개전 후 7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달성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군은 군장성 7명을 포함해서 1만5000명 이상의 막대한 인명 손실을 입고 키이우 외곽지역에서 철수해야 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군에 비해 장비나 병력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세이지만 외국으로의 망명 권유를 거부하고 끝까지 국내에 남아 필사항전을 독려하는 용감한 지도자 ‘젤렌스키’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의외로 잘 싸우고 있다.

미국과 EU의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우크라이나 군을 뒤에서 아낌없이 돕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의 금융, 무역 제재와 아울러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대공미사일, 정찰용 드론, 각종 개인화기, 탄약과 연료 등 여러가지 무기와 보급품을 지원하고 있다.

전투기, 탱크와 같은 중무기라든가 비행금지구역 설정 둥 러시아와 직접적인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군사지원은 피하고 있지만 그 밖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으며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인 지원도 세계 도처에서 답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은 ‘재블린’, ‘토우’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 받은 무기를 사용하여 러시아군의 탱크와 항공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격파하고 있다. 드론 조종에 능숙한 민간인들은 스스로 정찰팀을 만들어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드론으로 탐지한 후 위치 정보를 우크라이나 군에게 통보함으로써 러시아군을 정밀타격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궁지에 몰린 러시아군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샤핑센터, 병원, 학교, 아파트, 기차역 등 민간 시설을 무차별 포격하여 수없이 많은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 등 위대한 음악가와 문호의 나라 러시아가 푸틴이라는 인간 백정을 지도자로 만나 전범국가로 전락한 것이다. 푸틴은 철저하게 러시아의 언론을 통제하여 러시아인들은 러시아군 사망자가 한 명도 없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나치 정부로부터 시민들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러시아인들이여, 각성하고 진실을 알라! 푸틴으로 인하여 그대들의 나라는 온 인류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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