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세상에 이런 일이!

2022-03-07 (월) 한재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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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에 봄이라 재미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가려 했는데 세상에 픽션도 아닌데 넌픽션이 생겨서 두려움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은 좋은 직장에 자신도 그런대로 좋은 직장에 아들 하나 낳아 잘 길렀다.

그런데 50고개에 남편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혼자 아들을 길러내며 나름대로 세상을 이기며 살아왔다. 사회의 지도급으로 사는 사람이 딸과 아들을 두고 그도 50이 넘어 아내를 먼저 보내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두 사람은 자녀들도 다 길렀으므로 함께 길을 걷기로 했다.

서로에게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 매월 생활비를 반씩 분담하기로 했다. 행복하게 나름대로 가치를 가지고 재혼치고는 재미있게 살았다. 집은 남편이 가지고 있는 콘도에서 살았다. 어느 날 아들이 찾아와 부자가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돌아갔다.


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집을 판다고 했다. 원래 남편의 집이기에 마음은 상했지만 자식을 준다는데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 결혼해서 산지가 30년이 넘었는데도 거리가 자식과 후처와는 있나보다고 생각만 했다.

2넌 전 플러싱으로 집을 얻어 나왔다. 2년을 계약하고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혼문제가 나왔지만 난 싫다고 해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집 계약이 한 달 남짓 남았는데 딸이 와서 아버지에게 무어라 하더니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하더니 다른 데로 간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싸울 수도 없어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서 아무런 소식이 없어 자식 집에 잘 있겠거니 했는데 어느 날 남편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도 끝났다는 것이다. 엄연히 내가 아내인데 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어 확인을 해 보았더니 사실이었다. 33년간을 같이 살아온 아내인 자신이 기가 막혀 한참을 울었다. 큰 딸도 잘 지내고 있고 아들은 치과의사로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할까를 생각하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돈 때문도 아닌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전에 남편이 아내를 위해 보험 5만 달러짜리를 들어주었는데 중간에 그만두어 부은 돈이 아까워 자신이 지금까지 부어왔다.

보험회사에 알아봤더니 남편의 사인을 알아야 하니 사망서를 가져오라 해서 롱아일랜드에 있는 김 무슨 장의사에 찾아갔더니 하는 말이 아들의 허락이 없이는 만들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부인이 이렇게도 권리가 없는 것인지 세상에서 다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33년이란 세월은 짧은 시간이 아닌데 이럴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억울하고 힘없는 노친네라 무시 하는가 해서 더 억울하고 가슴이 아프다. 33년간을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아니 식모 노릇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대우가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치솟아 오른다.

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자식들도 이제 50이 넘었는데 어찌 이리 밖에 생각이 미치지 못할까를 생각하니 세상이 무섭기도 하다. 아니, 이 나쁜 놈들아 하고 신문에 광고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말세가 되기는 한 모양이다.

동네 사람들 다 들어보소. 대명천지 아니 뉴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 다들 미친 것인지? 이런 상식도 예의도 없는 자녀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지? 아내는 남편의 사망 원인도 몰라야 하는 것인지? 지금도 꿈만 꾸고 있는 것 같은 상황에 꿈을 깨워줄 사람은 없는지... 아 이런 세상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에 좋은 소식만 들렸으면 한다.

<한재홍/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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