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북가주 한인사회에 참선모임이 창립된다. 명상수행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찾아가는 한인공동체를 표방하는 북가주수선회(NCKZA)다. 도량 없는 출범이었다. 창립멤버 등 초기도반들은 이 절 저 절 옮겨가며, 때로는 교회 신세까지 져가며 주로 주1회 참선모임을 이었다. 2009년, 산호세에 선방(2175 The Alameda, Suite# 213, San Jose)을 마련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사무실형 렌트선방, 비로소 수선회의 3년유랑이 끝났다. 선방은 곧 다도회모임 등 북가주 한인불교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다. 수선회가 더욱 상찬받는 이유가 있다. 선방 유지(렌트비/비품 조달 등)는 창립멤버 등 수선회를 뒷받침하는 도반들이 책임지고 선방 이용 등 편의는 누구나 누리게 하는 것이다. 회비도 없고 종교도 묻지 않는다. 수선회는 지금도 “선방은 모든 수행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수행장소로 선방이 이용되는 것을 적극 환영합니다. 참선그룹 경전공부그룹 북클럽 사경 요가 다도 등 그룹활동을 위한 장소가 필요하시면...” 연락을 달라고 상시 공지한다.
아름다운 이 전통을 만들고 지켜낸 주역은 유인 박선흠 거사(초대 회장), 달오 이창석 거사(현 회장), 자성 최규현 거사, 학산 이종호 거사 등 창립멤버들과 북가주에 살 때는 물론 조지아주로 옮긴 뒤로도 버팀목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대모’ 한혜경 보살, 창립멤버들이 직업상 타주 또는 타국에 머무는 동안 꿋꿋이 선방지킴이 역할을 한 여경 송정범 보살 등이다.
시련도 있었다. 2019년 말~2020년 초에는 존폐기로까지 몰렸다. 정확히는, 아름다운 전통과 선방을 잃고 이름만 남는 수선회가 될 뻔했다. 화들짝 놀란 초기멤버들과 두 보살 등이 한마음 대처했다. 신속하게 새 집행부가 구성됐다. 곧 처음처럼 새 출발했다.
그러나 시련은 홀로 오지 않았다. 한시름 놓을 틈도 없이 닥친 코로나 사태. 수선회는 잠시 멈칫했다. 오래 멈추지는 않았다. 정기참선(일요일 아침 7시부터 2시간)을 재개했다. 재작년 6월부터 매달 넷째 금요일 7시쯤 시작되는 구글 화상회의를 통해 법담을 나누는데 최근에 11명이 동참하는 등 호응이 좋아 앞으로 외부 스님이나 법사와 함께하는 화상회의도 염두에 둔다는 입장이다. 작년에는 월례 야외포행을 추가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온라인 선방(koreanzen.org)’ 불사를 병행해 지난달 공개했다.
2월6일 현재 수선회 누리집(사진)은 다섯 개의 방(Vision, Guide & Rsrc, Community, Hello!, Contribute)으로 거의다 우리말과 영어로 정리돼 있다. 초입에는 “누구나 종교와 종파에 제한되지 않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과 “모든 수행 방식을 존중하며, 과학과 의학, 심리, 학문적 영역까지 수용, 투명하고 체계적이고 자율적인, 새시대에 맞는 재가 조직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라는 발원문을 걸어놓았다. 또 수선회 정관(ByLaw)을 누구나 언제나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했다.
특히 Guide & Rsrc 코너에는 명상을 하는 이유, 마음가짐, 참선자세(가부좌, 반가부좌, 반에반 가부좌, 평좌, 무릎 꾾고 앉는 자세, 의자에 앉는 자세, 등을 세우는 자세), 사마타와 비파사나, 인도-티벳전통 등 수행/명상의 종류와 다양한 전통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안내돼 있고 권장도서와 유용한 참고자료, 가볼만한 수행처 목록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한편 수선회는 “아직 건설중이라 부족한 점이 많다”며 “웹사이트 관련 재능을 가지고 있으시거나 좋은 내용을 개발하는 아이디어, 디자인 재능을 보시하고 싶으신 분”의 도움(연락처 koreanzen@gmail.com)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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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