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망명중인 티벳불교 최고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그를 “나의 친구이며 영적 형제”라며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과 자비로움이 내면의 안정에 도움을 주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진실로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기렸다.
“전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승려”(뉴욕 타임스) “서구에 마음챙김을 소개했다”(AFP통신) “평화 운동가로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했다”(CNN) 등 세계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일제히 그의 원적 소식과 생전의 업적을 보도했다. BTNTV 2층 무상사에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세계적 반전평화운동가, 참여불교의 선구자, 살아있는 부처님 등으로 불렸던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이 지난 22일 새벽(베트남 기준) 원적에 들었다. 세수 95세. 2014년 들이닥친 뇌졸중(중풍) 이후 8년 가까이 말 한마디 못하다 비로소 육신을 벗은 노스님에게 세계인들이 절절한 추모를 보이는 까닭은 그를 수식하는 각종 경칭처럼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헌신한 그의 삶이다.
1926년, 프랑스 식민치하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혹은 23세 때) 출가해 제방을 돌며 수행하다 1961년부터 약 3년간 미국에서 수행과 포교를 겸하면서 컬럼비아대와 프린스턴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강의한다. 1964년 귀국한 그는 베트남에 전운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평화운동을 전개한다. 1966년 대학강연차 미국을 다시 방문했다 반전평화운동 때문에 귀국길이 막혀망명객이 된 그는 이듬해 미국의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추천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다. 1973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1982년 프랑스 남부에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세워 연간 만명 이상 찾는 명소로 일궈낸다.
스님에게 베트남 입국이 허용된 것은 2005년, 해외로 떠돈지 39년만이었다. 이후 수차례 고국을 방문해 마음챙김수행, 걷기명상 등을 보급하던 스님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018년 베트남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귀국했다.
화(anger)를 비롯해 무려 100여 권의 마음공부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틱낫한 스님은 2013년 한국을 방문해(사진) 오대산 월정사 등지에서 걷기명상과 마음챙김명상수련회를 갖기도 했다. 또 지구촌 유일의 냉전적 분단상태인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해 그는 “두 개의 한국은 어머니가 같은 형제다.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형제로서 남한이 먼저 싸우지 말자고 제안하라”고 한국의 선제적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긴 틱낫한 명언들도 수두룩하다.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계속 그와 입씨름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불이 붙은 집을 내버려 두고 방화범을 잡으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때로 기쁨이 미소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소가 기쁨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당신이 쉽게 화를 잘 낸다면 당신 안에 있는 분노의 씨앗에 여러 해에 걸쳐 자주 물을 주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당신이 분노의 씨앗에 물주는 것을 허용하거나 심지어는 부추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꽃은 꽃 그대로가 아름답다. 당신도 자신 그대로가 아름다움인데, 왜 다른 사람에게서 당신을 찾으려고 하는가” 등등등. 한편 베트남의 VN익스프레스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의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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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