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한 장의 담요처럼’

2022-01-1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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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매년 1월13일 진행된 뉴욕한인의 밤 및 미주한인의 날 기념행사가 2월24일로 연기되었다. 뉴욕한인회는 13일 온라인으로 제119주년 미주한인의 날 특별대담 프로그램을 열었다.

1903년 1월13일, 102인의 첫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첫발을 디뎠다. 미국 상선 갤릭호를 타고 1902년 12월22일 인천을 출발해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이다.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온 이들은 대부분 20대 젊은 남자들로 1910년부터 한국에서 사진 신부를 초청하여 가정을 꾸렸다. 험난한 환경에도 불구, 근면성실하게 일했고 자녀교육을 위해 한국학교와 교회를 세웠다.


이렇게 시작된 한인 이민의 역사가 119년이 되었다. 그러면 이제 재외동포청이 신설될 만 하지 않은가. 이민 100년이 되면서 재외동포청이 세워지고 지금쯤 재외동포 지원 및 교육지원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여야 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재외동포청은 대선 때만 나오는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 되고 있다.

우리는 왜 이민을 왔는가. 가난을 벗어나고자, 일제 강점하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해방후 선진국에 유학차, 독재정권을 피해, 더 잘 살기위해, 자녀교육을 위해, 불안한 국내 문제 등등이 이유다.

이민의 유형은 국제결혼, 입양 등 특수 이민 시기를 지나 뉴욕의 경우, 1967년 가발 무역을 통해 한인사회 기반이 구축됐다. 유학생 출신이 초기 뉴욕한인회를 끌고 나가고 1965년 개정이민법으로 문호 개방이 되자 한인 이민자가 밀물처럼 들어왔다.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교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이 계약이민으로 들어왔고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 남미 이민자들도 미국으로 왔다. 1970년대에는 전문직 단체, 직능, 지역단체들이 태동했다.

한인소매업계가 적극 진출, 흑인과의 마찰이 빈번해지며 1990년 9.18 평화대회가 개최됐다, 1991년 남북한 유엔 가입, 그 외 한국의 대선 및 한국 수해나 가뭄, IMF 사태 등등 미주한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짝사랑은 지금도 여전하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 되면서 한인사회 타격도 심화되었다. 사상 첫 한인 뉴욕시의원이 2명이 탄생하는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대거 늘어났고 아시안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렸고 K팝, 한국영화와 드라마 등이 글로벌 흥행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이민 119년이 되는 동안 한인사회는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미국 사회에서 무시 못 할 존재로 우뚝 섰다.
한편, 재외한인을 코리안 디아스포라( diaspora) 라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키는 말로 이산(離散), 분산(分散)의 뜻을 지닌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디아스포라를 시기, 지역. 유형별로 보면 구 디아스포라는 한국이 못살고 어려웠던 시절인 1860~1945년 러시아, 만주, 일본, 미국으로 농업이민, 노동이민, 망명이민을 이른다. 신 디아스포라는 1960년 이후 미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등지로 가족이민, 투자이민을 떠난 것을 이름이다.

현재, 2020년 센서스 통계로 미주한인은 19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정계, 교육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마다 들어가 있다. 이렇게 민간 외교관이자 국제 관계까지 좋은 소통로가 있음에도 불구, 한국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인이민자들은 더 이상 디아스포라, 유랑자가 아닌 해외에 거주하는 유용한 자원이다. 올봄에 출범하는 정부는 재외동포청을 반드시 신설, 재외국민 보호 및 서비스 강화, 2,3,4세를 위한 교육지원이 확대되기 바란다.

전세계의 유대인은 한 장의 담요처럼 단단히 짜여져 있으며 이 담요를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백성은 하나다, 유대민족은 하나다, 뭉쳐야만 산다 ’등등 이러한 사고방식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온다. 지금의 한민족은 어떤가? 하나인가? 진보와 보수 둘인가? 그 이상으로 나눠져 있는가?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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