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새해를 맞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건강 평안을 비는 축원과 함께 세배를 드립니다. 올해는 동양의 천지와 음양오행 사상 등의 시간관련 문화와 책력체제로 임인년 즉, “검은 호랑이”해로 불리는데, 아무튼 그 상징성에 합당하게 인간 생활에서도 각자 용맹한 기품과 영민한 활약을 상상하고 기대해 보게 합니다. 새해맞이에 즈음하여, 누구나 마음을 가다듬고 각자에 필요한 발원을 하며, 그 뜻을 이루려는 다짐을 하리라 짐작합니다. 아울러 이웃과 서로 격려하고 교감하는 덕담을 나누기도 할 줄 압니다. 이러한 전통적 미풍양속에 따라, 산승도 나름대로 선례를 활용하여 개인적이면서도 생명공동체의 좋은 인연을 위한 발원을 하며, 그 내용을 다소나마 나누어 보려 합니다.
스님들은 매일 아침 법당 불전에서 예불과 축원을 하는데, 특히 선원에서는 고려시대말기의 나옹선사가 지으셨다는 “행선축원”을 하는 줄 압니다. 원문은 한문으로 되어 있지만, 간결하게 수행자의 의지를 담고 있지요. 산승도 그 발원문에 깊이 공감하며 활용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한글로 풀어서 다음과 같이 외우면서, 동지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내 이제 바라기는 나는 곳마다, 언제나 반야지혜 가까이 하여,/ 큰 스승 석존처럼 용맹지 얻고, 노사나 붓다처럼 큰 깨침 이뤄,/ 대보살 문수같이 큰 지혜 쓰고, 보현의 대행처럼 큰 힘 갖추며,/ 지장이 한량없게 몸을 나투 듯, 관음의 자비처럼 널리 보살펴,/ 온 누리 모든 곳에 두루 다니며, 뭇 생명 빠짐없이 도에 들게 해,/내 이름 듣는 이는 악도 면하고, 내 모습 보는 이는 해탈케 하는,/ 한없는 세월 동안 교화를 통해, 마침내 모두 부처 이루게 하리.
이는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서, 스스로 붓다와 보디사트바들의 모범적 수행을 본 받아 실답게 정진하여, 그분들이 이루신 위대한 지혜와 자비의 능력을 확보하고자 하면서, 그 공덕을 중생들에게 모두 회향하고자 하는 지극한 정성의 발원입니다. 이는 어느 특정기간을 넘어, 자기를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들이 성불하고 해탈함으로서 모두가 평등하고 무차별한 절대세계가 완성될 때까지, 그 발원을 이룰 때까지 영원토록 끊임없이 추구하여 마침내 이루고야 말겠다는 결심의 표현입니다. 이는 이른바 보통 “복을 비는” 수준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스스로 깨침을 이루어 붓다가 되고, 그 성취한 지혜와 자비로써 모든 중생들도 다 붓다를 이루도록 하고 말겠다는 담대한 용기의 도전적인 수행자 정신이며, 정작 붓다가 가르치고 기대하는 것을 이루려는 것입니다.
불교인들은 뭇 생명들 각각의 개체뿐만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사회적 안정과 평화 및 단결도 중시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적 실정에 맞추어서는 남북의 평화적 통일과 공동 번영, 세계적 상황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화합과 협조 및 역병 극복과 적절한 기후 환경 조성 등 지구촌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기원합니다. 이렇게 국가사회와 중생세계를 위한 자비로운 기도는 2,000여년을 이어온 불교문화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년에 한국에서는 대선이 있고 하여, 공직 대임을 공심으로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하도록 민주시민의 집단지성이 발휘되기를 바랍니다. 코비드 팬데믹도 평정되고, 민생경제와 사회복지도 향상되기를 기원합니다. 온 누리에 정의와 평화, 자비와 배려가 풍미하기를 거듭 기원하며, 각자가 솔선하여 동참하고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한해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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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