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한인 불자들 가운데 각전 스님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서울대 불교동아리 출신들의 연이은 집단출가 스토리를 기억하는 이들은 꽤 많을 것이다. 각전 스님은 그중 한명이다.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고시(1995년)에 붙은 해양수산부의 젊은 사무관으로 재직하다 세속적 출세보다 궁극적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1997년 출가한 수행자다.
그는 동화사 통도사 범어사 쌍계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고, 한때는 대장경 천년축전 해인사 준비위원과 ‘해인’지 편집장을 맡고, 또 미얀마의 쉐우민선원에서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잊혀진 듯했던 각전 스님이 지난해 이맘 때 책을 냈다. 그 책이 올해 최고의 불서로 선정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총괄하고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하는 ‘2021년 올해의 불서 10 및 제18회 불교출판문화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도서출판 민족사에서 펴낸 ‘인도 네팔 순례기’다(사진). 불교의 4대 성지를 따라 인도에서 네팔까지 약 5천200㎞ 여정을 담은 668쪽짜리 단행본이다. 여러 스님들이 쓴 경탄 가득 추천의 글과 각전 스님이 쓴 여는 글을 지나면, 제1장(인도 종교의 결집지 델리) 제2장(경이로움의 아잔타 석굴) 거쳐 제11장(금강경 설법처 쉬라바스티) 제12장(탄생의 룸비니) 제13장(네팔의 불교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약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여정과 근 2,600년 뒤 각전 스님의 여정이 섬세하게 담대하게 경건하게 상쾌하게 펼쳐진다. 분량에 지레 가위눌렸다면 Yes24나 알라딘 등 온라인 책방에서 내용를 띄엄띄엄 소개한 것만 봐도 읽을맛이 확 돋을 것이다. 이마저 귀찮을 경우 유튜브에서 각전 스님을 검색어로 치면, ‘집에서 떠나는 인도여행’ ‘선원 수좌의 인도 네팔 성지순례기’ 등 다양한 이름의 관련 동영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한편 ‘...불교출판문화상’ 우수상 수상작으로는 시인 겸 불교전문 저술가 이학종 법우가 쓴 ‘붓다 연대기’(불광출판)와 덕원 스님이 글을 쓰고 불교미술전문가 박혜상 화백이 그림을 그린 ‘엄마랑 아이 좋아’(불교신문사)가 뽑혔다.
그린비에서 펴낸 ‘인식론 평석’(권서용 옮김)은 수향번역상을, 성균관대출판부에서 펴낸 ‘조선 불교사상사’(김용태 지음)는 붓다북학술상을, 담앤북스에서 펴낸 ‘오르고 거닐며 느리게 보는 절집의 미학’(김봉규 지음)은 보덕전법상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다. 입선작으로는 ‘봉려관, 근대 제주불교를 일으켜 세우다’(정진희 지음, 조계종출판사 펴냄), ‘심검당 살구꽃’(최명숙 지음, 도반 펴냄),‘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승려들’(이윤옥 지음, 운주사 펴냄), ‘중심’(법인 지음, 김영사 펴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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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