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삼국동맹과 한반도

2021-12-0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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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3국이라는 말은 역사만큼 오래된 컨셉인 것 같다. 중국대륙의 삼국지부터 시작해 100년 전인 1913년 유럽에도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 왕국이 맺은 동맹이 있었다. 이른바 ‘삼국동맹’이다.

이 동맹은 독일이 통일 후 프랑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주변국을 끌어들이면서 성립되었다. 신생독일 제국의 안정을 위해 철혈 재상이라고 알려진 비스마르크에 의해 추진된 동맹이다. 이후에는 오스만 제국과 불가리아가 삼국동맹 쪽에 합류하면서 1차 세계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그후 또 다른 3국동맹이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1940년 9월 27일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 세 나라가 동맹 조약을 맺고 제2차 세계 대전의 추축국 집단을 형성했다.


이때 맺어진 삼국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연합국 동맹도 출범한다. 베를린-동경-로마를 추축으로 한다는 의미로 군사 동맹인 10년 삼국동맹(추축조약)을 체결한 것.

마치 3차 대전을 준비하듯, 동맹의 시기가 또다시 도래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영국, 호주 3국 정상들은 3국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모리슨 호주 총리 등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을 주 무대로 한 안보 협력 강화와 정보 기술을 공유하는 안보 파트너십 구축을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과 호주가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이고, 오커스는 인도태평양에서 3국의 능력을 강화하고 연결하기 위해 출범했다.”라고 선언했다. 동시에 100여년만에 영일동맹이 출범한다. 일본은 태평양에서, 영국은 대서양에서 각각 미국과 동맹 관계인데, 21세기 미·영·일 삼국동맹이 탄생한 것이다.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영일 3국은 중국과 북한때문에 지역 안보 불안이 상당히 커진데 대한 우려를 이번 동맹을 통해 견제할 목적이 아닐까. 이들 3국은 군사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인 일본, 인도와 대중국 견제에 힘을 합친다. 오커스 동맹은 사이버 안보에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기술협력을 포괄하고 있다.

한·미·일도 3국 동맹을 체결해 북한과 중국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에 대비, 전략적인 동반자로 같이 가는 틀 속에 있어야 하는데, 웬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계속될 경우 북·중·러 3국동맹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 가지 않을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 강화는 필요하지만 삼국동맹까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외교부 회의가 더 시급한 사안처럼 움직인다. 미 정부는 한국 국방백서에서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 “이 지역에서 한·일보다 더 중요한 동맹국은 없다.”고 말하면서 3국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드디어 미국이 입장을 밝혔다.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카드를 계속 흘리던 참이었다. 또 유럽 등 여러 동맹국들로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계속 보이콧 검토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 미국에 이어 영국을 포함한 모든 친미 국가들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은 볼품없는 소규모 잔치가 될 것 같다. 이에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가식적인 행동’이라며 미 정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이제 한국은 한·미·일 삼국동맹의 일원으로 대북, 대중 정책에 적극 동참할까, 아니면 북·중·러 삼국동맹에 옛날 유고슬라비아처럼 숟가락을 올리는 결정으로 기울지 결단을 내릴 때가 된 것 같다. 종전선언같은 행동이 과연 피도 눈물도 없는 국제관계에서 빛을 발할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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