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또 세계 일등 드라마 ‘지옥’

2021-12-02 (목)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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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세계 일등이 되었었다. 다시 한국의 ‘지옥’이 또 세계 일등 드라마가 되었다.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아, 한국 영화는 다 재미있어, 그러니까 무조건 보자.” 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가 보다.

왜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영화를 좋아할까?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불만을 느낀다. 불만이 쌓이고 쌓이면, 그 불만의 원인은 자기 탓이라고 하지 않고, 남에게 던진다.

남들을 욕하고 사회를 비난한다. 쌓였던 분노가, 잠재의식적으로, 살인적인 생각으로 바뀐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그래서 영화에서, 자기 대신, 주인공들이 못된 놈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을 보고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에 무자비하게 사람 죽이는 영화가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옥’의 내용은, 이 세상을 ‘더 정의로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죄를 지은 사람에게 천사가 나타난다. “너는 언제 어느 시간에 죽는다.”하고 고지(告知)한다. 죽음의 고지를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차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광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천당이 아니라 지옥에 가기에, 가족의 체면을 위해서, 일부러 몰래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죽음과 타협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당신이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한번쯤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박정자라는 여인에게 천사가 나타난다. “너는 5일 후 15시에 죽는다.”하고 고지한다. 죄는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무로 모른다. ‘새진리회’라는 종교단체에서, 박정자에게, 만약 텔레비전 앞에서 공공연하게 죽으면 30억원(대략 300만 달러)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녀는 가난한 여인이다. 어린 두 자녀가 있다. 자녀들로 하여금 잘 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30억원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죽는 것을 택한다. 죽어야 할 시간에, 고릴라처럼 무섭게 생긴 세 명의 지옥의 괴물들이 나타난다. 그녀를 치고 때리고 집어던지고, 그리고는 불에 태운다. 뼈만 험상하게 남아 있다.

송소현이라는 여인이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다. 산모 앞에 천사가 나타난다, 아이는 3일 후에 죽는다고 고지한다. ‘새진리회’에서는 고민이다. 죄 없는 아이가 왜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적당한 답변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죽는 시간이 다가온다. 아빠와 엄마는 가슴에 아이를 보듬는다. 끄나풀로 함께 묶는다. 지옥의 괴물이 나타난다. 아이를 껴안고 있는 부모를 치고 때리고 불로 태운다. 지옥괴물들은 떠난다. 불에 탄 부모 뼈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끝 장면에, 처음에 30억 원을 받고 죽었던 박정자의 뼈가 삐거덕 움직인다. 아기가 살아난 것처럼, 아마 그녀도 죄가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다시 살아난 건가? 현실은, 많은 선한 사람들이 일찍 죽어 가는데? 죽음을 알리는 천사들의 실수 때문일까?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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