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마의 백 투 스쿨

2021-09-1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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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는 다섯 살, 작년 9월 프리 킨더가튼 대상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동생과 놀아야 했다. 올 가을엔 동생도 프리 킨더가튼 대상이라 함께 학교에 간다.

백 투 스쿨 첫날과 둘째 날 아빠 식구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들이 백팩 메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러 왔다. 세째날 아침에는 멀리 사는 외할아버지도 새벽같이 학교 앞으로 와 노마와 만났다. 노마는 씨익 웃으며 할아버지와 화이 파이브를 했지만 마음은 이미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오색풍선이 “ WELCOME BACK TO SCHOOL. WE MISSED YOU. “ 라고 커다랗게 쓴 알림판을 들고 서있고 학교로 들어가는 줄이 길어도 여기도 친구, 저기도 친구, 노마는 살짝 흥분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현관에 들어서 이름을 부르면 우당탕탕 달려가 안기고 매달렸었다. 작년 3월부터는 할머니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 손 씻고 안아줄게. ” 했고 노마도 새로 사온 장난감을 보면 ‘알콜로 닦았어?“ 하고 먼저 물었다.


노마와 동생은 12세가 되지 않아서 아직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어쩌다 외출을 하면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했다. 18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매주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으로 공부를 했고 여름에는 수영과 어린이축구교실에 참가했다. 마스크를 쓰고 잔디밭 위를 뛰어야 했고 수영장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운동 후에는 입었던 옷들이 모두 빨래통으로 직행했고 샤워를 해야 했다.

노마가 어려서 처음 좋아한 장난감은 공룡, 크고 무섭고 강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자연사박물관에서 사갖고 온 날은 공룡 목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동그란 눈을 가진 토마스와 친구들, 꼬마 증류기관차 토마스와 제임스, 퍼시 등 친구들을 보러 뉴잉글랜드 기차박물관으로 가족여행을 가기도 했다. 퍼피 구조대 파우 패트롤 강아지 인형들은 색깔별로 모았고 호기심 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패티, 루피, 크롱, 포비, 에디를 만나 함께 장난치며 놀고 싶었다.
요즘 노마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마음에 든다, 다스 베이더의 검정 의상과 가운, 헬멧은 핼로윈 의상으로 일찌감치 가졌다. 최근, 다스 베이더 등장시 나오는 은하제국 행진곡을 엄마가 셀폰으로 들려주면 다스 베이더 차림을 한 노마가 천천히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는 놀이를 수 없이 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친구들과 놀며 공부할 수 있다. 매일 저녁 백팩 안을 체크 하며 내일 학교에 갈 생각에 설렌다. 풀, 가위, 크레용, 모두 새것이고 노마 이름 스티커가 일일이 붙여져 있다.

9월13일 뉴욕시 공립학교의 전면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뉴욕시 100만 초·중·고교생이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정상 등교한 것이다. 작년 3월말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 문을 닫을 줄 몰랐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1년 이상 온라인 수업을 받아 왔다.

시 교육국은 오는 27일까지 모든 교직원 백신 접종 의무화, 교직원 및 전교생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노마가 첫 발을 디딘 교육의 문, 앞으로 16~20년간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을까? 교사와 친구에게 배우고 봉사활동에서 느끼는 기쁨, 직간접 경험에서 배우며 삶의 지혜를 익히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어디로 갈까? 고등학교는? 대학교는? 전공은? 코로나19시대를 살면서 특수학교, 아이비리그가 무슨 상관이며 변호사, 의사, 비즈니스 맨 그것이 뭐 그리 대수랴? 지금 바라는 것은 마스크 벗고 친구들과 뒹굴며 축구를 하고 럭비도 하는 것이다. 우정을 쌓고 젊은 날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끼리 체온을 나누면서 사람답게 살기를,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랄 뿐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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