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처:“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시오”

2021-09-17 (금)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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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4명의 자녀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인격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8월에 연설했던 글 일부를 신문에서 읽었다. 킹 목사의 노력으로, 지금 미국에서는 ‘흑인 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지금에 와서는 흑인과 백인은 거의 동등하다. 흑인이나 백인이나 이제 와서는 피부색으로 다투지 않고, 서로 실력, 실력으로 다툰다. 우리 아시아 사람들은 킹 목사 덕택에 지금 미국에서 거의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시오. 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성인으로서 도심(道心)이 굳고,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행동을 삼하면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오.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에 의해 장사치가 되고, 또한 행위에 의해 고용인이 된다.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무사(武士)가 되며 행위에 의해 제관(祭官)이 되고, 행위에 의해 왕이 된다.

세상은 행위에 의해 존재하며, 사람들도 행위에 의해서 존재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위에 매여 있다. 마치 달리는 수레바퀴가 축에 매여 있듯이.”
지금에 와서는 인도에서도, 천민들도, 실력이 있으면 인도의 장관도 되고 대통령도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도 바라문 출신은 천민 출신을 업신여기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신분계급)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다 있다. 이조시대에는 양반과 상놈이 갈라져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 사람들하고 끝까지 싸움 끝에 고려를 통일했었다. 그는 죽을 때에 호남사람들을 고위직에 임용하지 말라는 유서까지 남겨 놓고 죽었다.

박정희 씨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전라도 사람인 김대중 씨를 거의 죽이려고까지 했었다. 박정희 때 전라도 사람들이 많이 홀대를 받았었다. 그 후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된 후, 전라도 출신에 대한 괄시가 많이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김대중 씨는 대학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많은 책을 읽고 실력을 쌓았었던 것이다.

정주영 씨를 보면, 강원도에서 출생했다. 그는 집안이 가난해서, 중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자동차도 만들어냈고 선박도 만들어내는 현대그룹을 설립했다. 그는 한국경제발전을 이룩한 아주 훌륭한 사람들 중에 한 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실력을 우선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출생이나 학벌이 좋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반면에 출생이나 학벌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 현재 게으름만 피우고, 농땡이나 부리면, 그의 장래는 형편이 없을 수밖에 없다. 출생과 학벌에 의존하지 말고 행위와 실력에 의존해서 살아가라는 게 부처의 말씀이시다.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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