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이타적 유대관계’

2021-09-1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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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가장 탁월한 인물들 가운데 하나인 고(故) 레나 러스틴(Lena Rustin)은 말더듬이 아이를 전문적으로 상담했던 언어장애 치료사였다. 대부분의 치료사들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화법의 ‘기술’만을 가르친다.

반면 러스틴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었다. 아이의 말더듬이증은 단순한 언어 장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전체적 유대감 속에서 고찰되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아이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그 아이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변화되어야 한다. 저명한 랍비 힐렐(Hillel)은 말했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나라 할 것인가? 반대로 내가 온전히 나로서만 존재한다면, 그때의 나는 누구인가?'”(조너선 색스의 ‘The Home We Build Together’중에서’)


이웃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졌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신비하고 놀랍다. 한 연구에 의하면 같은 형제 중에서 첫째가 둘째보다 IQ가 더 높고, 둘째는 셋째보다 좀 더 높다고 한다.

둘째로 태어났더라도 어린 시절에 첫째가 죽으면 둘째의 IQ가 높아져 첫째와 비슷해진다. 가족 구성원의 크기가 클수록, 사랑과 끈끈한 유대감의 빈번도가 많을수록 유대감 효과는 증가하고 IQ도 높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는 소액금융운동을 일으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아무리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서로 끈끈한 이타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신용을 창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유누스는 보았다.

유누스는 1983년에 가난한 주부만을 상대하는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을 설립했다. 그라민 은행은 신용보증과 담보 없이 150달러 미만의 돈을 무조건 대출했다. 그라민 은행은 돈을 갚지 않는다고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하지만 상환율은 90% 이상이다.

마을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신용이 나쁘면 다른 대출자 역시 대출 한도 내에서 불이익을 받는 규칙이 서로가 서로의 신용을 담보하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전국에 1,175개의 지점을 두고 1,600억 다카를 대출하는 대형은행이 됐다.

개인 대출의 관습을 벗어나 시도된 집단 대출의 성공 사례는 사회적 유대관계를 거대한 신용으로 바꾸는 기적을 창출했다. 행복은 사회적 유대관계를 통하여 확산되고 전염된다. 진정한 최후의 승자는 이타적 정신을 가지고 서로 유대하는 자의 것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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