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말의 위력’

2021-08-23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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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은 적절한 때 적절한 말만 한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을 다스리지 못하면, 우리는 잘못된 말을 할 공산이 크다. 중얼대건, 탄식하건, 신음하건, 악을 쓰건, 징징대건, 고함치건 간에,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한 말을 듣고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데, 그 해석에는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말을 해석해서 진실성을 판단한다. 행동은 판단의 보조수단으로 밀려난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훌륭한 문학가와 예술가는 언어능력을 다듬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로버트 제누아의 ‘Managing Your Mouth’ 중에서)

사람의 생각은 밭이고 말은 씨앗이다. 사람은 생각으로 빚어서 만든 언어의 씨를 이 세상에 뿌려 역사를 기록하고 사상을 만들고 문화와 문명을 일으킨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생명력 있는 언어, 창조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매일 쓰는 단어는 언어지문(指紋)이다. 사람은 그가 쓰는 단어를 통하여 자신의 흔적을 DNA처럼 긴 사슬을 삶의 궤적에 남긴다. 그 사람이 쓰는 단어의 지문을 채취하여 분석하면 그 사람의 성품, 인격, 됨됨을 알 수 있다. 쓰는 단어를 모으면 곧 그 사람의 운명이 된다.

911 사태이후로 미국 사람들의 언어는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나’라는 개인적 단어보다 ‘우리’라는 사회적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도자 그룹에서는 ‘우리’의 복수 인칭대명사 단어의 사용이 두 배로 급증했다.

조지 부시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기 직전에 언어의 변화가 먼저 나타났다. ‘나’라는 단어의 사용은 줄어들고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많아졌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도자, 고학력자, 돈독한 신앙인, 긍정적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반면 ‘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 중에는 독재자, 거짓말 많이 하는 사람, 우울증을 앓는 사람, 이기적 성향에 경도 된 사람이 비교적 많다.

링컨의 명연설 중 하나인 게티즈버그 연설문 안에는 ‘나’라는 단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라는 단어는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7,500명의 군인의 목숨을 잃고 슬픔에 빠진 백성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준 게티즈버그 연설문 안에는 ‘내용어(content related word) )’보다는 ’기능어(function related word)가 훨씬 많았다.

놀랍게도 이 연설문 안에는 ‘나’(‘I’)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우리’(‘We’)라는 단어는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의 총체이고 내일의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당신은 리더인가. 끊임없이 언어를 제련하고 정화하라.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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