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소셜미디어 빅텍 검열의 시대

2021-07-2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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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상적인 언론, 자유 사상과 자본주의 제도의 발달, 표현의 자유 보장에 있어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던 나라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최강의 언론은 신문사나 방송사가 아닌,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대형 소셜 미디어들이다. 오죽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이어 트위터에서도 영구 퇴출되면서 힘을 못 쓰고 있을까.

트위터는 “추가적인 폭력 선동의 위험 때문” 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제 퇴출시켰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검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도 1961년 5월 박정희 장군을 주축으로 한 군부세력이 포고 제1호를 통해 언론, 출판 보도 등에 대한 사전 검열을 강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1980년 '서울의 봄' 시절, 박정희 정권의 갑작스런 종말로 자유 언론에 대한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 또한 정부 기관원이 신문사를 드나들며 검열을 했다. 이들 정권은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검열하기 위해 언론사의 통폐합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은 중앙정보부와 정권의 철저한 통제를 받았고, 민주적 정치 활동의 가능성을 봉쇄하는데 언론 통제와 검열이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언론인들은 오랜 언론 탄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취재 보도에 자기 검열까지 하곤 했다. 이렇듯 독재 정권은 우선 정보의 독점과 언론 장악부터 시도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도 언론의 자유에서 표현이 제한되는 언론이 된 것은 아닐까.
2009년 트위터에 첫 트윗을 올린 뒤로 하루 평균 약13개, 5만개의 트윗과 리트윗 메시지를 발송한 트럼프가 이번에는 반격을 시작했다. 독립기념일이 지나자마자 자신의 계정을 퇴출시킨 소셜 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 대형 회사들로부터 검열을 받았다고 주장해온 수많은 미국인들을 대표해 집단 소송을 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강퇴 조치에 대해 검열 비판이 있었지만 '빅텍'이라 불리는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은 강력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 집단 소송 대상에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트위터의 잭 도시 등 빅텍 회사들의 최고경영자 개인들도 포함돼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는 자유 발언과 검열을 놓고 강제 퇴출 전부터 수년 간 이 사이트들과 감정 대립을 해왔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이 마음대로 검열과 삭제, 차단을 하면서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내 트럼프 지지자들은 8,000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극우 단체 회원들이 애용하는 소셜미디어 ‘팔러’ 또한 아마존의 퇴출 조치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16연방국회의사당 난동과 선동 책임론 속에 계정이 정지당하는 불법적 검열을 중단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승소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내 진보 언론조차 자기 검열을 해 왔다고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언론부터 성찰적인 태도를 행동으로 옮겨야 마땅하다. 그런데 광고주나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들도 자기 검열을 통해 소셜미디어 글을 삭제하고 있다. 자기 검열의 가장 큰 이유는 소셜 플랫폼이나 언론사의 광고 의존도가 심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광고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언론이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에서 정한 표현의 자유는 미국을 세계 최고의 자유 국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기존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 상당 부분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로 넘어갔다. 언론의 자유 옹호를 위한 취지로 비정부 기구 ‘국경 없는 기자회’는 매년 ‘세계 언론 자유도 랭킹’을 발표한다. 이 순위에서 과연 미국은 몇 등을 차지할까 궁금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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