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종달새형 vs 올빼미형

2021-07-22 (목)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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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사람들은 대개가 종달새형이고, 창조적인 사람들은 대개가 올빼미형이라고들 주장한다. 어느 쪽이 좋으냐, 나쁘냐의 질문은 성립될 수 없다. 종달새와 올빼미는 다만 습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왜?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갈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주거 환경이나 직업에 따라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농경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나 생산적인 기업가들은 대개가 일찍 일어나 일터로 간다고 한다. 따라서 종달새가 어둡기 전에 둥지로 돌아오듯 아침형 사람들은 가급적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는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앤드류 카네기는 ‘아침 잠은 인생의 가장 큰 낭비’라고 했다. 그러나 고흐는 ‘밤은 낮보다 더 찬란하게 채색되어 있다’는 말을 남기면서 ‘별이 빛나는 밤’을 위시해서 그의 작품은 주로 어둠 속에서 솟아나는 빛의 대비를 잘 이용해서 작품활동을 했다.

둘째로는, 몸의 생체 시간으로 불리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일찍 나오느냐, 늦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종달새와 올빼미가 결정된다고 한다. 낮에 태양을 많이 흡수할수록 종달새형이 되기 쉽다고 한다.


올빼미형으로 유명한 사람은 밤 8시에 식사한 후 집중적으로 집무를 했던 윈스턴 처칠이 꼽힌다. 프란츠 카프카나 플로베르, 제임스 조이스 같은 작가들은 밤을 세워가면서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사상의학자들은 오전 10시가 넘어야 활기가 나는 소양인, 태양인은 집중력이 강해서 창의적인 업종에 잘 맞지만, 소음인이나 태음인은 아침시간에 강하고 성격이 꼼꼼해서 관리직이나 사무직에 적합한 체질이라는 설도 있다.

문제는 두 가지 패턴의 사람들 중에 누가 좋은가? 나쁜가?는 논할 수 없지만 수명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보고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크리슨 누스튼 교수와 영국 서리대학의 말콤 스챤츠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50만명의 테이터를 토대로 연구 분석한 결과 올빼미는 종달새보다 사망 위험이 1.10배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합병증 위험도 올빼미가 높고, 심리적 장애 발생 위험은 1.94배, 당뇨병 발생 위험이 1.30배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올빼미가 종달새에 비해서 위험도가 높은 것은 밤시간에 육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필자는 틴에이저 때까지는 철저하게 종달새처럼 일찍 자고 올빼미처럼 늦게 일어나는 게으름뱅이였다. 그러니 매일 아침 학교에 제 시간에 맞춰가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언제나 허겁지겁 스타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지냈던 스무 살 무렵에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이 얼마나 달콤했고 강하고 진했던지?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른 새벽부터 데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사랑하는 이의 러브 레터를 읽고 사색 하고 묵상 하는 일이 꿀처럼 달콤한 시간들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새벽기도의 습관이 50년을 수일처럼 보내고 있다.

그 날 이후로 큰 감기 몸살 한 번 누워 본 적이 없는 건강한 종달새가 되어 높은 오늘도 높은 하늘로 세차게 날아오른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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