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종전과 북한의 현실

2021-07-2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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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번에 처음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외부에 인정하고 나섰다. 근래 주유엔 한국대표부가 발표한 북한 측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곡물 700만톤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고, 2018년 495만톤 생산 이후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간접 드러났다.

북한의 식량문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사실은 이미 국제기구 분석에서 밝혀진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 수요를 110만톤으로 예상하며 8-10월 경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조만간 대규모 국제 원조 요청이 임박해졌다는 사실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내부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지 그 귀추가 궁금하다.


오는 7월 27일은 1953년 한국전쟁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정전 협정은 남북이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전쟁은 일단 멈추었다. 하지만 북한은 정전 협정을 미국이 항복한 '전승절'로 왜곡 선전하며 3년 이상 지속된 6·25전쟁을 자신들의 승리라고 떠들고 있는 분위기다.

양측의 평화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 노력은 이미 1950년 12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를 위한 물밑 접촉이 1951년 7월 10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지속한 군사회담이고, 마침내 정전협정 조인식까지 연결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위기 상황은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이다.

미국의 정세분석 기관들은 북한의 핵 고도화 등에 따른 한반도 긴장 격화를 특히 올해 최고의 위험으로 꼽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엄중한 국제 질서와 안보 상황속에 김정은 제거 작전이나 축출 소문도 무성하게 돌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체제의 구조상 급변사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코로나 팬데믹이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은 조선 말기와도 흡사해 보인다. 이변이 생길 경우 강대국들이 북한 체제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고 한반도 안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까지 나온 여러 분석에 따르면 쿠데타나 주민 폭동 등 북한의 급변 사태는 거의 김정은의 유고나 실각시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 투쟁속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한 민중 봉기, 대량 난민 탈북 상황에서 중국이 국경에서 군사력을 동원하는 적극적 개입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의 급변 사태 대응을 아마도 오래 전부터 계획해 주변 국가들과 긴밀하게 조율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내정 간섭의 수단으로 휘둘렀다면서 미국을 비난해 왔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비상 방역전을 강도 높게 진행중이라고 주장하며 인도적 지원을 구실로 인권 문제를 들먹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북한 급변 사태 이후 전개될 시나리오 하면, 평화로운 정권 교체 상황이 제일 좋을 것이다. 내전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한반도와 세계정세는 졸지에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번 정전 협정일을 맞아 또 다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럴 리 없다고 일축한다.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설이 돌았을 때도 한국 정부는 장성택의 신변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결국 장성택은 숙청된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번에도 무성하게 도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법이 있을까? 계속 관심이 가는 것은 2,500만 동족이 그의 치하에서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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