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대한민국 국경일 유감

2021-07-09 (금)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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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국경일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즉 그 나라가 어떠한 나라인가를 알려면 그 나라가 어떠한 날들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국경일은 그 나라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국경일이 중요한 이유는, 국경일을 전 국민이 함께 기념함으로써 국민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감을 갖고, 나아가 국민정신을 함양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경일을 나라의 공휴일로 정해 모든 노동을 멈추고 쉬는 것은 그 국경일의 의미를 다함께 되새기며 기념하고 축하하며 새롭게 국민의 마음과 힘을 모으기 위함이다.

대한민국의 국경일은 모두 다섯 날이 있다. 날짜순으로 말하자면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섯 날의 국경일을 역사적인 의미의 순서대로 놓자면, 우리 한민족이 하늘을 열고 이 땅에 등장한 개천절(10월 3일), 우리 민족의 입과 귀와 눈을 열어준 우리말, 한글이 창제된 한글날(10월 9일),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일어나 하나 되어 외세에 저항하여 국민정신의 기원이 된 3.1절(3월 1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기틀이 되고 기본이 되며 나아갈 바를 정한 헌법이 제정된 제헌절(7월 17일) 등의 순서가 될 것이다

. 이 순서는 우리 민족이 태어나고 성취하고 쟁취하고 터전을 마련한 대한민국의 ‘서사’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와야 할 마지막 국경일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비로소 대한민국이 탄생된 ‘건국절’이 되어야 한다. 바로 1948년 8월 15일이 국경일로 기념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동안 같은 8월 15일이긴 하지만 건국절로서의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광복절로서의 1945년 8월 15일을 국경일로 기념해왔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생일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그동안 명멸해간 세계의 왕조와 국가들의 역사를 보면 하나의 민족이 세운 하나의 나라가 5,000년을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일이거나 거저 되는 일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걸출한 지도자와 영웅들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강력한 의지와 함께 수많은 백성과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만들어내고 이루어온 부인할 수 없는 결과이다. 때로는 지배층과 피지배층 간에 그리고 국민들 간에도 반목과 갈등이 있었지만 그러한 모든 문제를 하나씩하나씩 해결해오면서 거친 역사를 헤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2021년 7월 2일 마침내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우뚝 선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탄생에 대한 이러저러한 불필요하고도 소모적인 논쟁은 종식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똑바로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은 애국자와 독립지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함께 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1950년 백척간두에 놓여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했던 대한민국을 구해준 은인의 나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한 생명이라도 희생했던 나라들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외람된 일이지만 그 나라들 가운데 대한민국을 가장 크게 돕고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미국에 대한 감사함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기념하고 감격해야 할 날이지만 한민족과 대한민국의 도도한 역사 속에서 지키고 기려야할 국경일은 아니다.

오늘날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의 존재의 시작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을 있게 한 1948년 8월 15일 건국절을 명확하게 국경일로 명시하여 기념할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대한민국 국민 됨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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