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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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2021-07-01 (목) 원공/스님·한마음 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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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선사께서는 깨닫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높은 도보다 먼저 인간의 바른 도의와 따스한 사랑을 가져야 한다 하셨다. 무식한 머슴이 추운 겨울에 누가 보지않아도 언 손발을 녹여가며 자기 할 일을 성실하게 한다면 그러한 진실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하셨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윤동주는 서시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바라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청년기에 한동안 그 마음에 공감하였다. 그리고 그 괴로움이 나라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라 느꼈다.

어느 날 대행선사의 가르침을 처음 들으며 거기에 벗어나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서시를 잊고 지냈다. 그런데 선방에서 종일 내면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양심이 부끄러워하는 것들, 에고가 상처받은 것들이 낱낱이 마음 깊은 곳에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다만 모르고 살았다. 불교에서는 이 것을 번뇌라 한다. 그것은 씨앗이 되어 삶에 괴로움으로 싹이 튼다. 모든 번뇌가 사라져 진리와 하나 될 때까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는 진실한 삶을 통해서 번뇌를 알아차리고 비워가는 수행자의 이야기로 들린다. 내가 이해하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보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때는 진리에 어긋남이 없을 때이며, 마음이 텅 비어서 번뇌를 일으킬 씨앗이 남아있지 않을 때이다.

그때에 우리 마음은 고요하고 밝으며 본래의 평화와 행복이 드러난다고 한다. 한 청년의 깊은 사유가 불교의 가르침을 향한다는 것은 진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에는 ‘잎새에 이는 바람’이라는 비유에 특히 공감했었는데, 지금은 이 시에서 보살의 삶을 본다. 이 시의 비유는 불교와 성인들께서 말씀하신 인간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진리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보살은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사랑한다. 그 진리는 법신불과 보신불 그리고 화신불로 비유할 수 있다.

법신불은 허공과 같아 모든 것을 초월한 세계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늘이 만물을 낼 때에 전지전능한 공덕을 펼치는 것이 보신불이다. 그것은 허공과 하나이면서 나의 근본이 된다. 우리 스님께서는 주인공이라 이름 하셨다. 하늘은 법신불이고 별은 보신불이다. 그리고 나타난 모든 것은 화신불인데, 주인공을 모르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화신불인 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괴로워한다.

보살은 별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는 항상 별을 노래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하늘의 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 아래 있는 모든 중생의 아픔을 가엾이 여겨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보살의 사랑은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깨달은 마음이다. 하늘에 빛나는 별 빛이다.

보살은 주어진 길을 탓하지 않는다. 나에게 인연이 있어서 주어진 삶은 별에서 나왔으며, 별빛이 비추고 있으며, 삶의 모습이 어떻든 나에게 소중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길에서 보물보다는 불평거리를 찾을 때가 많다.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별을 노래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한 젊은 보살을 바라본다.

<원공/스님·한마음 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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