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우리는 한 팀이다

2021-06-08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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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도비(Larry Doby)는 프로 야구계에서 잊지 못할 이름이다. 지금은 흑인 선수가 엄청 많지만 그 당시 흑인 도비가 프로 야구에 등장한 것은 큰 화젯거리였다. 저 흑인이 얼마나 실력이 있기에 감히 백인들만의 구장에 나타났을까?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 도비 선수도 몹시 긴장하였다.

너무나 큰 관심이 자기에게 쏠려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이냐, 강타자로 알려진 그가 나가자마자 3진 아웃을 당한 것이다. 크게 실망한 도비는 자리에 돌아와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은 그 다음 장면이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타자는 구단 최고의 강타자 조 골든(Joe Golden)이었다. 그런데 골든도 3진 아웃을 먹는다. 그리고 도비 선수 곁에 앉아 도비와 똑같이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나 같은 강타자도 3진 아웃을 당하는 수가 있는데 처음 경기에 한 번쯤 3진을 당했다고 상심하지 말라는 의미를 행동으로 전한 것이다.

흑인과 백인, 신인과 고참, 무명 선수와 유명 선수의 벽이 이해되고 동질감을 보이고 껴안은 행위에서 도비 선수에 대한 교훈이 스며있었다. 종이 한 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같은 입장에 서는 것, 나를 그 사람 편에 놓는 것이 인종문제, 각종 격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이다.

오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Racism)가 근래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로 전환되었다. 괴로운 일이지만 법 제도를 활용하는 범위에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대통령의 담화까지 있어 경찰력도 동원될 모양이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백인 여자 목사는 알메니언이고 척추장애자(꼽추)인 남자와 결혼하고 양녀를 흑인 아이 하나를 데려다 키운다. 인종차별주의를 타파하려는 뚜렷한 태도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백인은 모두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보아도 좋다. 너희들 동양인도 차별을 받고 있지만 낙심하지 말고 천천히 이해시켜야 한다” 동양인 이민들의 성공적인 생활이 소수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화나게 하고 있지만 동요해서는 안된다.

옛날 그리스에 릴레이 경주가 있었다. 4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횃불을 나르는 경주이다. 빨리 간다고 이기지 못한다. 횃불을 꺼지지 않도록 달려야 한다. 이 경기를 알리는 것이 현대의 올림픽 입장식에 봉화를 들고 달려온 선수가 봉화대에 불을 붙이는 순서이다.

횃불 나르기는 전 세계 인류가 한 팀으로 평화의 횃불을 함께 날라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인류는 한 팀이다. 인종 분화 언어가 달라도 우리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한 팀이다.

계절풍 지대인 한국에서는 봄 가을에 기러기들이 여행하는 우아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기러기들은 V자 형을 만들고 나른다. 앞에 가는 기러기들이 바람물결을 만들기 때문에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그 물결을 타고 쉽게 나를 수 있다. 그래서 기러기들은 가끔 자리를 바꾸어 나른다.


그러다가 만일 한 마리에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다른 한 마리가 문제있는 기러기와 함께 지상에 내려와 친구를 해준다고 한다. 기러기의 친구의식 동료의식을 배울 만 하다. 기쁨도 나누지만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정신이 갸륵하다. 전우의 우정이 깊은 것은 죽음의 전쟁터에서 함께 고통을 겼었기 때문이다.

집단이기주의란 말이 있다. 뜻을 함께하는 무리가 울타리를 쳐놓고 끼리끼리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내 회사만 잘 되면 그만이다. 제 교회만 잘 되면 그만이다. 내 집안만 잘 되면 그만이다는 생각이 집단이기주의이다. 지금은 세계가족을 말할 때이다. 끼리끼리병은 타파되어야 한다.

‘별 삼형제”라는 동요가 있었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빤짝빤짝 정답게 놀고 있더니 웬 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삼형제의 정다움과 한 별이 사라진 둘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이런 것이 동양감각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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