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야브네 아카데미’

2021-04-1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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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게 68년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패배이고 다른 하나는 숭리다. 벤 자카이(Ben Zakkai)는 최고로 존경받는 랍비였다. 그가 느닷없이 죽은 사람을 가장하고 관에 누워 철통같은 로마 군대의 포위망을 뚫고 예루살렘성을 탈출했다. 그는 바로 로마 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를 만나 한 가지 담판을 했다.

그 담판은 예루살렘성을 훼파한 후에라도 서쪽 해안에 있는 작은 마을 야브네에 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청원이었다. 단순한 군인이었던 베스파시아누스는 별 생각 없이 이 청원을 허락했다. 68년에 예루살렘성은 함락되었고, 야브네 아카데미(Yavneh Academy)는 설립되었다.“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 중에서)

야브네 아카데미에 대한 반응은 놀라웠다. 좌절했던 강호의 청년들이 사방에서 구름처럼 야브네로 몰려들었다. 랍비 자카이는 그곳에서 오전에는 토라와 기도를 가르쳤고 오후에는 실용학문을 가르쳤다.


야브네 아카데미는 이스라엘 도제식 교육의 효시가 되었다. 수많은 인재가 야브네에서 배출되었다. 1948년에 성취된 이스라엘 독립의 초석이 된 시온주의와 디아스포라의 응집력은 모두 야브네 아카데미 교육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로마 제국에게 정복당한 이후 유대인은 전 세계로 흩어졌다. 디아스포라 민족이 되었다. 당시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이방 나라의 종교와 문화에 동화될 위험을 안고 표류하고 있었다. 이런 탈 유대 정체성을 막아 준 일을 한 것이 야브네 아카데미다.

야브네 아카데미가 주력한 교육은 히브리 언어 수호 교육이다. 히브리 언어가 수십 개의 방언으로 파편화되고 잊혀 질 위험에서 지켜내는 일이다. 야브네 출신의 학자들은 세계 최초로 히브리어 탈무드와 사전, 문법책을 출판하여 히브리 언어를 지키고 발전시켰다.

이스라엘이 큰 고난과 시련을 겪는 고비마다 도약의 돌파구가 된 것이 야브네 정신이다. 바벨론에 의해 성전이 파괴된 후 대다수 젊은 엘리트들이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 갔을 때, 그들은 심기일전하여 토라 신앙교육에 힘쓰며 민족중흥의 재도약을 준비했다.

장자크 루소는 그의 책 ‘사회계약론에서 말했다. “이 특별한 민족은 외적으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으면서도 토라와 탈무드를 통해 놀랍게 생존할 수 있었다. 이 신앙이 지속된다면 이 민족은 세상 마지막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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