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 ‘위대한 모래알’

2021-04-12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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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계상태로 쌓여있는 모래더미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모래알이 적절한 장소에 떨어지기만 하면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격변을 일으켰다고 다른 모래보다 특별한 모래는 아니다. 그 모래알은 어쩌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떨어졌을 뿐이다.

인류 역사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평범한 행동만으로 엄청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있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마크 뷰케넌의 ‘Ubiquity’ 중에서)

필라델피아 시내에 존(John)이라는 믿음이 돈독한 소년이 살았다. 존의 집은 가난했다. 존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벽돌공장에서 일하면서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도왔다.


존은 교회에 나올 때 마다 마음이 슬펐다. 교회 입구가 포장되어 있질 않아 비가 내리면 곧 진흙탕 길이 되어버려 출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비오는 봄날이다. 존의 마음속에 소원이 일어났다. “하나님, 우리 교회 입구에 벽돌을 깔아 포장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매일 한 장의 벽돌을 깐다면 얼마가 걸릴까요.”

하루 종일 일해 존은 7달러를 벌었다. 그 돈을 절약해서 매일 벽돌 한 장을 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교회에 들러 벽돌 한 장씩 깔아놓았다.

몇 주일이 지난 어느 주일날이다. 교회가 술렁거렸다. 교회 입구의 길이 매일 매일 달라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어른들이 놀라 수군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 어른도 아니고 13살 난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에다가 그것도 아주 가난한 가정의 소년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교회는 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소년의 벽돌 한 장의 선행으로 말미암아 어른들에게 자각이 일어났다. 너도 나도 다 나서서 골목길을 깨끗하게 포장하고 단장했다. 내친김에 비좁고 오래된 교회당 건물을 허물고 새 교회당을 신축했다.

한 줌의 모래 알갱이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떨어지면 초임계상태를 만들어 격변이 일어나듯이 작은 한 소년의 헌신이 어른의 마음을 움직이는 혁명이 되었다. 이 소년의 이름은 미국 초대 체신부 장관과 백화점 왕으로 유명한 존 와너메이커(Wanamaker)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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