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한국 정치

2021-03-11 (목)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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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으로 2021년 3월 4일 오후 6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마지막 업무를 마치고 퇴근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검찰총장 윤석열’이라는 제목의 한국 정치드라마 <시즌 1>이 끝났다. 코로나 사태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주연 윤석열, 남자 조연 조국, 여자 조연 추미애, 시청율 90%의 이 드라마는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가 됐다.

이 드라마의 서론인 기(起)는 윤석열이 여주 지청장으로 2013년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 수사로 공을 세워, 2017년 5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윤석열은 곧이어 2019년 6월 17일 다시 검찰총장으로 전격 지명되어 소위 전 정권의 적폐청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이 드라마가 파국을 맞기 시작하는 승(承) 부분은 소위 ‘조국사태’로 불리며, 2019년 9월 6일 입시비리·사모펀드 비리·증거인멸 등 모두 15개 혐의가 적용된 정경심에 대한 공소장이 접수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인 9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했다. 예고된 대로 취임한 지 35일 만에 조국이 사퇴하고 2020년 1월 2일 추미애가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드라마는 점점 파국으로 치달았다.

또한 이 드라마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절정인 전(轉)에 도달한 것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장관직에 오르자마자 행한 검사들에 대한 일련의 인사발령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하여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하여 12월 16일 정직 2개월이 결정된 일련의 과정들이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의 결론부분에 해당하는 결(結)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월 18일 가진 새해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평가함으로써 모든 스토리가 정리되는 듯한 시점이다.

그러나 2월 2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이 발의되자, 윤석열은 3월 4일 전격적으로 사퇴함으로써 <시즌 1>을 끝내고 ‘To be Continued’로 <시즌 2>를 예고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큰 물줄기가 저변에서 요동치며 큰 굽이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시청자들인 국민의 눈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윤석열 주연의 <시즌 1>의 정치 드라마일지 모르지만, 내면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이 크게 변하고, 아니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 방역을 위해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조치는 정당화되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실시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의 전환 등은 이러한 사회체제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아직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거래 허가제, 기본소득보장 등과 같은 극단적인 처방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재원 마련을 위해 각종 세금을 인상하고, 부유세가 논의되고, 새로운 세금 창출에도 거침이 없다.

즉, 1948년 건국이후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해온 대한민국은 ‘사회주의’로 사회체제를 서서히 변환하며 국민도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조국이 인사청문회에서 “전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다.”라며 “이는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 한다”고 답한 것에서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검찰개혁 논란으로 보이는 <시즌 1>이 실상은, 한국의 사회체제를 바꾸려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이 부딪히는 큰 지진의 파고 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퇴임식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한 윤석열이 그에 대한 대항마로 등장한다면 그 대결은 대한민국의 사회체제가 기존의 ‘자유’의 개념에 기반 한 자본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평등’의 개념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할 것이냐 하는 대결이 될 것이다.

<주동완/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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