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의견-스키, 곡선의 미학

2021-02-03 (수) 정기의/알파인스키 코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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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회전하며 스키 탑시다.” 모든 스키 입문자가 되뇌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국 동요를 개사해 봤다.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의 자세를 보다보면 재미는 물론, 나름 잘 탄다 못 탄다를 평가하는 안목이 생긴다. 스키어가 슬로프를 직선으로 내려오고 있다면 이는 자동차에서 엑셀을 세게 밟고 무모하게 고속주행 하는 것과 같다. 프로급 스키어가 될수록, 스키의 진행방향이 반원에 가까운 라인을 그리며 보다 곡선이 잘 만들어진 S자 라인을 만들며 내려간다.

그동안 스키를 가르쳐 오면서, 스키구입 문의를 받을 때 드리는 첫 번째 조언은 가지고 있는 스키 플레이트 위에 쓰여진 숫자이다.
스키에는 3가지 종류의 숫자가 쓰여져 있는데, 예를들어 R=12M, 122/75/108, 154 등이다.


R(Radius 회전반경)은 스키회전이 만드는 원의 반지름으로 1R=12M는 12미터, 지름 24미터의 원을 의미한다. 122/75/108는 쓰여진 순서대로 스키의 가장 앞부분(Tip)과 중간(Center), 꼬리(Tail) 사이즈를 뜻한다. 신체의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와 같으며 스키에서는 굴곡이 더 클수록 회전 반경이 작아진다. 즉 원을 더 작게 만들수 있는 스키에 해당한다.

마지막 154는 154cm로 스키의 길이를 뜻하는데, 길수록 상급자용이다. 즉, 배의 사공이 노를 저으며 방향을 전환할때 배가 짧을수록 회전이 빠르고 용이하며, 길수록 원이 커지고 다루기가 힘들어 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된다.

스키는 직선이 아닌 곡선의 스포츠다. 둥글게 둥글게 회전하며 내려오도록 디자인 된 최적의 장비인 것이다. 스키어가 항상 직선이나 또는 불완전한 회전으로 슬로프를 내려간다면, 그것은 자기가 타고 있는 스키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활강 자세로 슬로프를 쏜살같이 질주해내려가야 하는 월드컵 종목 선수를 제외하고는, 일반 스키어들은 각자 스키에 새겨진 숫자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하며, 새 스키를 구입할 때에도 자신의 신체와 실력에 맞는 것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 대표팀 선수이자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카엘라 쉬프린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완벽한 회전’(Perfect Turn)에 대해 이런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퍼펙트 턴을 즐기시면 좋겠다. 저 또한 더 많은 퍼펙트 턴을 하고 싶다”

회전이 잘 되도록 디자인된 스키로 깃털처럼 가볍게 퍼펙트 턴을 하게 될 때, 스키어는 비로소 한 차원 더 높은 스킹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기의/알파인스키 코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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