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대통령의 고별연설

2021-01-21 (목)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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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0일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취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으로 제대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퇴임을 하루 앞둔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영상을 통한 고별연설과 앤드루스 공군기지 연설에서 “ 새 행정부는 잘 할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었다”는 말을 했을 뿐 조 바이든 이름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보통 역대 대통령의 고별연설은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조지 W 부시는 “나도 좌절을 경험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일들이 있다” 며 대통령이 모든 능력을 갖춘 자가 아님을 고백했고 버락 오바마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수없이 깨달았다”며 국민의 단합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 조지 워싱턴의 고별연설( George Washing Farewell Address)’을 들어보자.
신생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 은 1792년 재선을 하고 임기가 6개월 남은 1796년 9월 고별연설을 했다. 만약 그가 원했다면 종신제나 국왕 제도도 열 수 있을 정도로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았었다.

그러나 워싱턴은 두 번의 임기로 충분하다며 질서 있는 정권 교체의 길을 먼저 열었다. 이 연설문은 1796년 9월19일 일간 신문(American Daily Advertiser)에 실렸다.
연설은 “Friends and fellow citizens ( 친구들과 동료 시민들에게)로 시작된다.

“ 미 행정부를 관리할 한 시민을 새로 선출할 시기가 이제 멀지 않았다. 여러분 각자가 중요한 신임을 받을 사람의 선출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각 주가 연방을 지킴으로써 그들 상호간에 분쟁과 전쟁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치 제도의 기본은 국민들이 그들의 정부 기구를 만들고 변경하는 권리에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에 의한 명백하고도 인증된 조치에 의해 수정될 때까지 존재하는 이 헌법은 모든 사람들에게서 신성한 의무를 부과한다. 미덕 또는 도덕이 대중정치의 필요한 원천이 된다는 것은 본질적인 진실이다. 모든 국가와 평화와 화친을 조성해야 한다...,나는 은퇴하면 자유정부 하에서 선서한 법률들의 인자한 영향을, 국민들과 함께 향유하는 기쁨을 순수하게 실현하겠노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는 바.....”

225년 전, 워싱턴은 신생국 미국의 미래를 위해 헌법을 보호하고 권력의 분립과 균형을 파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방심하지 말라, 당쟁과 파벌주의를 멀리 하고 모든 공적 사안에서의 도덕성을 호소하라는 훈시를 주었다. 대중 선동과 극단적 당파성, 야심 넘치며 교활한 인물의 출현을 일찌감치 경고했다.

워싱턴의 고별연설 장면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해밀턴’에도 나와 볼 적마다 감동을 준다. 워싱턴은 은퇴 후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논 생가로 돌아가 야채를 직접 재배하는 농부로 살았다. 이곳에 가보면 농장은 거대했으나 마지막 숨을 거둔 침실은 의외로 소박함에 놀라게 된다.

이처럼 워싱턴 이후 퇴임하는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고별인사는 미국의 전통이 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결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트럼프를 선택했던 7,421만6,747명의 민심도 헤아려야 한다. 트럼프는 떠났지만 이들은 자기 집에서, 자기 직장에서 그대로 있다. 바이든은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대통령만 믿어서는 안 된다. 수십년 째 아는 친구나 일가친척이 극보수 또는 극진보임에 깜짝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문을 두드리자.

매년 워싱턴의 생일(2월22일) 즈음에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이 연설문 낭독 행사를 연다고 한다. 연설문 낭독에 45분 걸린다. 일 년에 한번 아니라 수시로 의원들이 낭독 행사를 열어 마음을 다지고 국난 극복에 힘쓰기 바란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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