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2021년 새해를 맞이하며

2021-01-06 (수) 성향 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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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21년 소의 해 아침이 밝았다. 신축(辛丑)은 60간지 중 38번째이다.‘신’은 흰색을 뜻하기에 2021년은 ‘흰소의 해 ’‘하얀 소띠’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하얀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 새해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신성한 기운으로 작년 세상을 고통스럽게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소멸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소는 인내와 조용하면서 강인하고 홀로 있기를 좋아하며, 자기의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이 있다. 예로부터 인내와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책임감이 강하다. 반면에 책임감이 강한만큼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일이 많아 주변에 도움을 주지만 자신이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우직하고 순박하여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는 반면 어리석음을 상징하기도 했다.

‘소’하면 사찰 벽화로 묘사된 심우도(尋牛圖)가 묘사될 정도로 오랜 세월 불교와 인연을 맺어 왔다. ‘잃어버린 소를 찾는다.’라는 뜻을 가진‘심우도송(尋牛圖頌)’의 본래 명칭은 ‘소를 길들인다.’라는 의미의‘ 목우도송(牧牛圖頌)이다. 열 단계로 나누어 그려졌기에 십우도송(十牛圖頌)이라고도 한다.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本性)을 깨닫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해 그린 선화(禪畵)이다.


즉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중생들에게 본래 자리 찾을 것을 말없이 전하는 그림으로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표현하여 십우도(十牛圖)라 했다.
온순하고 성실한 소를 인간의 성품으로 보고, 소를 찾고 기르는 일이 곧 자기를 찾고 자기를 기르는 일과 동일시 여겼다. 부처님이 출가 전 불렸던‘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성(姓)인 ‘고타마’에도 ‘가장 뛰어난 소, 가장 훌륭한 소’ 의미가 담겨있다.

고려시대 보조지눌(普照知訥, 1158~1210) 스님의 호(號)는 번뇌, 망상을 다스린다는 뜻에서‘소를 기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목우자(牧牛者)라 하며 참다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만해 한용운스님도 만년에 그의 자택을 심우장(尋牛莊)이라 하여 스스로의 진면목 찾기에 전념했다.

선불교에서 소는 불성ㆍ본래면목ㆍ자성을 상징한다. 중국 당나라 때 남악회양(南岳懷讓, 677~744) 선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좌선만 하고 있는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선사에게 “소가 수레를 끄는데 만약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소를 때려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소는 마음을, 수레는 육신을 뜻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지만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행위를 자각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러할수록 내 본래면목(소)을 길들이는 방법이 중요하다. 스스로가 불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수행을 통해 자각해야 함을 지난날 선현(先賢)들은 ‘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1 신축년 새해, 우리는 이와 같이 소와 같은 근면함으로 불퇴전 마음을 내어 아무리 어렵고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우직하게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하며‘내 안의 불성(佛性)을 찾는 한해를 보내야겠다.’는 굳은 원력을 세어봄도 좋을 것이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며 불보살님의 가피가 늘 함께하길 빈다.

<성향 스님/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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