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경락의 법률 칼럼-2020년 연방대법원 결산

2020-12-30 (수) 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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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리는 결정은 미국의 정치,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코로나-19로 얼룩진 올 한 해 연방대법원 관련 5대 키워드를 통해 미국의 2020년을 되돌아본다.

1. 코로나19
코로나-19의 창궐로 미국에서만 무려 32만여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여러 주정부들은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셧다운 조치를 취했으나 종교시설 예배 인원을 제한한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행정명령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대법원이 불가판정을 내려 찬 물을 끼얹었다.

그런가 하면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있었다. 그 사례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톰 울프(Tom Wolf)는 3.19 비필수 사업장들에 대해 폐쇄명령을 발동했는데 이에 반발한 골프장과 빨래방 사업자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인정해준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심리를 거부했다.


2.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
뉴욕 맨하탄 검찰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의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돈을 주면서 선거자금법을 위반 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파헤쳐 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트럼프의 납세 기록을 확보하려 했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송에서 절대 면책 특권이 헌법에 부여돼있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왔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납세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3. 대통령선거
대선 관련 소송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선거 전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건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의 우편투표 개표연장 결정이었는데 원래 11.3 투표일 밤까지 우편투표를 개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우편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해 주의회에서 개표 기간을 3일 연장하기로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공화당에서 이 결정에 반대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진보와 보수 대법관 성향에 따라 4대 4 동률이 되어 개표를 연장키로 해준 펜실베니아 주 대법원의 결정이 최종판결이 되었다.

또 대선 이후 텍사스 주가 대법원에 펜실베니아, 위스컨신, 조지아, 미시건 등 4개의 경합주를 상대로 선거절차를 바꾼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여기에 공화당 소속 17개주 법무장관과 트럼프 변호인단도 합류하며 눈길을 끌었지만 대법원에서 ‘텍사스주가 소를 제기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판시하여 기각되었다.

4. 인구조사
미국은 연방 하원의원 의석 배분과 지방정부 보조금 배분자료 등으로 삼기 위해 매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실시하는데 올해가 그 인구조사를 실시하는 해였다.

현장조사 기간은 원래 10월 31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인구조사국이 연말까지 결과를 집계하기 위해 마감일을 9월 30일로 앞당긴다고 긴급 명령을 발동하자 이에 반발해 시민단체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구조사국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이어 의석수 배분을 위한 인구통계 소송에서도 불법 이민자를 제외코자 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5. 대법원의 보수화
‘진보의 아이콘’이라 불리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이 지난 9.18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을 대법관에 앉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임기 말에 보수 6 대 진보 3의 대법원 보수화를 이뤄냈다. 내년에 있을 오바마케어의 위헌 여부 판결에서 신임 배럿 대법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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