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리셋 버튼 누르다

2020-12-04 (금)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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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제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국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년간은 미국에게 혼돈과 퇴행의 시기였다. 통합보다는 분열이, 포용보다는 증오가, 진실보다는 거짓이, 과학보다는 무지가 판을 쳤으며 리더십의 총체적인 무능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25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포장된 국가 이기주의는 전후 자유세계의 리더로서 미국이 주도해왔던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관계를 약화시켰으며 자유무역은 관세장벽으로, 국경은 이민장벽으로 담을 높이 쌓아올렸다. 심지어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범세계적인 기구인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함으로써 미국은 세계의 이단자로 비난을 받아왔다.

한국과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를 치밀하고 실효성 있는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고 리얼리티쇼처럼 즉흥적이고 경박한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시킴으로써 비핵화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증강되었다.


대내적으로는 인종간, 계층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이념대립은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인들이 뚜렷한 국가관과 비전을 갖고있는 정치가를 리더로 뽑지 않고 모든 것을 돈으로만 판단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지도자로 선택한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품격과 경륜이 있는 정상적인 정치가를 선택했다. 이것은 미국의 축복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자유진영의 행운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승리 직후 가장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TF 팀을 구성했으며 첫 번째 공식행사로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비를 참배하였다.

이와같은 그의 행보는 앞으로 그가 펼쳐나갈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펼 것이다. 때 맞춰 화이자 제약과 모더나에서 나온 백신 개발 소식은 행운의 여신이 그와 미국 국민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정책은 미국의 고립만을 심화시켰으며 미국이 자유진영의 리더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 등 독재국가의 영향력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허물어버리다시피 한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관계를 다시 굳건하게 복원시키고 자유무역을 옹호할 것으로 보인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유진영의 공동 번영이며 동맹국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시대착오적인 기구라며 조롱하지도 않을 것이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다섯 배 더 내라고 터무니없는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지속적인 공존 번영과 후세의 안녕을 위하여 꼭 필요한 파리 기후협약에도 물론 재가입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내내 없애려 했던 전국민 보험제도 오바마케어도 발전계승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민자의 나라이면서도 이민자들을 범법자 취급하며 반이민정책을 편 트럼프와는 달리 합법적인 이민을 장려하고 이민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창의력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인 만민평등, 천부인권사상으로 인종간 계층간의 갈등 치유에도 힘쓸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이와같은 개혁 드라이브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자의 절반에 가까운 7,400만명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포용해서 바이든의 개혁 드라이브에 동참시키느냐 하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과제이다.

존경받는 세계의 지도자 나라 미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하여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들이 누른 리셋버튼이 제대로 잘 작동되기를 기원한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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