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낙엽을 보내며

2020-11-30 (월) 황미광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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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함께 이루어낸
위대한 작품들이
낙엽이라는 이름 하나 등에 업고
풀 풀 떠나가고 있다

늦가을 저녁,
벌써 와 있던 외로움 곁으로
문득 찾아 드는 그리움

외로워서 그리운 걸까
그리워서 외로운 걸까


세상의 절반은 몰라도 좋은 일들
그 나머지 절반은 알아도 잊은 일들
또 그 나머지의, 그 나머지의 일들은
결국은 잊을 일들

너를 보내며 목이 메이는 것도
한번 떠나면
결코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없기 때문이야
그게 이별의 법칙이지

놓아야 할 소중한 인연들과
헤어짐을 연습하는 이 계절

비에 젖은 너는
바스락 소리조차 두고
철저히 빈 손으로 누워 있구나

<황미광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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