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리 까불고 저리 까부는 마음

2020-11-16 (월) 조민현 요셉 /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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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면서 내가 행동하고 살아가는 때가 많다. 성찰해 보면 참 어리석고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일들을 많이 했다.

가끔 내가 내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내 안에 이리 까불고 저리 까부는 원숭이 닮은 마음이 있다. 내가 만족하고 행복하고 조금이라도 편안히 쉬려고 하면 금세 과거의 상처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불안들, 사실도 아닌 온갖 망상들을 들추어내며 평화를 빼앗아 가버린다. 그는 내 마음이라 하면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조금이라도 평화와 기쁨이 내안에 올라치면 내리 쳐들어오는 사실 나의 원수이다.

내가 기쁨과 고요, 정적속에 편안해 지는 것이 그렇게도 배가 아프고 싫은 모양이다. 기도 중 평화가 오고 묵상 중 완전히 고요해 질라치면 1초라도 늦을세라 온갖 망상이 쳐들어온다.


나를 싫어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 나에게 섭섭하게 대했던 사람들, 나에게 상처 주었던 말들, 비비꼬여 힘들고 어려운 인간관계들, 잘난 척 하며 우쭐거리고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려는 마음들, 어린애처럼 좁아터진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의 마음까지.

모처럼 감실 앞에 맘 잡고 앉아 무릎 꿇고 두손 모아 기도하며 성령의 역사하심을 받아 깨끗하게 해주소서! 성체 앞에 묵주알을 돌리며 어렵고 어렵게 도달한 고요하고 청정했던 내 자신이 금새 망상 한 방에 무너져 내려 동대문 시장바닥에 와 있는 것처럼 시끌벅적 이게 내가 성당에서 기도하는지,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 갖고 흥정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나훈아 갈무리에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몰라! “ 그리고 “내 마음 나도 모르게” 하는 모양이다. 나도 이 노래들이 참 좋다. 왜냐하면 따아악 내 마음을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을 잘 닦으라고 하는데 사실 마음은 잘 닦을만한 물건도 못된다. 마음은 잘 닦을 게 아니라 잘 부리고 잘 써야 한다. 마음은 사나운 말과 같아 잘 부리지 않으면 주인을 해할 수도 있고 교활한 뱀 같아 호시탐탐 언제 배신을 때릴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마음은 사실 나의 적이다. 마음은 간교하며 아침저녁으로 바뀌며 금새 삐지고 금새 해해거리고 좋아한다.

하지만 잘 훈련된 마음은 명마가 되어 하루에 천리도 달리고 잘 쓰여진 마음은 간교함 대신 충실하고 정확하게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은가? 세상에 마음을 쓰지 않고 되는 일이라고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 마음이 일을 해야 모든 일이 가능해 진다.

그래서 남이 나를 알아주든 몰라주든, 남이 나를 칭찬하든 욕을 하든, 묵묵히 사랑과 봉사의 길을 가는 예수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단지 얄팍한 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 세상에 슬프고 슬픈 것이 그 속물의 마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발견 할때이다. 마음에 바탕을 둔 나는 망상과 탐욕으로 그려낸 허상이며 실재하지 않는 그림자 일뿐이다. 마음을 쫓으면 그림자를 쫓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요? 이 변덕스러운 마음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요? 예수님의 십자가에 나는 이기적이고 추한 내 마음을 못질해 매달아 그분이 돌아가실때 같이 죽었소, 그러나 그분의 부활로 나도 참된 모습으로 영원히 부활할 것이오. ‘

<조민현 요셉 /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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